[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강소현 기자]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를 만난 통신업계가 글로벌 빅테크에 망 이용계약 의무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투자 인센티브 및 요금 자율경쟁 활성화 정책 등 을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인수위 내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날 오전 열린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KTOA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4사가 회원사로 있는 단체다.
디지털데일리가 입수한 관련 문건을 보면 KTOA는 새정부의 주요 ICT 정책 과제로 ▲데이터 산업 활성화 ▲모바일 신분증 이용 활성화 ▲글로벌CP에 망 이용계약 의무 부여 ▲통신회계제도 개선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등록 금지 유지 ▲디지털 복지체계로의 통신요금 감면제도 개편 ▲민간투자 촉진 인센티브 및 요금 자율경쟁 활성화 ▲MEC 기반 5G 융합서비스 발굴·육성 ▲6G 기술 R&D 지원 등을 건의했다.
주목되는 것은 망 이용계약 의무에 관한 부분이다. KTOA는 구글·넷플릭스 등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합리적인 망 이용계약 의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인 전기통신사업법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인수위에 제안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는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등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5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모두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의 망 이용계약 의무를 명시한 것이 골자다.
KTOA는 글로벌 CP들이 전체 무선 트래픽 중 60% 이상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의 망 이용대가 지불 거부 행위는 국내 망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반 이용자에게 요금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인수위에 설명했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를 들어,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는 여러 사업자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지불하지 않아 망 이용대가를 이미 내고 있는 국내 CP들과의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일부 인수위 위원은 그러나 초반 이 같은 제안에 긍정적이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은 통신사들의 실적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망 이용대가의 필요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KTOA 측이 통신사업자들의 영업이익 규모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에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마무리된 분위기다.
또한 KTOA는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와 요금 자율경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과도한 요금 인하 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통한 민간 주도 성장 정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은 그간 많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으로 제시되어 왔다.
따라서 인위적인 요금 인하 정책보다는 사업자간의 자율적인 시장경쟁을 통해 요금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KTOA 측의 생각이다.
KTOA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간통신사업 등록 금지 제도를 유지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 2020년부터 논란이 된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 시민의 편익 증진을 이유로 자가망을 통해 공공와이파이 사업 ‘까치온’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지자체는 기간통신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위법성 여부를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치한 적이 있다.
이 밖에 KTOA는 5G 및 6G 기술개발 지원과 메타버스 등 디지털 가상경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가상 공간·화폐·거래 유관 제도 정비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TOA와 함께 인수위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KMVNO)는 알뜰폰 도매대가 일몰제 폐지 등 현안을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사업 활성화를 위해 ▲도매대가 고시 개정 ▲일몰제 폐지 ▲전파사용료 감면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고시상 사업자간 협의에 의해 도매대가 인하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 가운데, 도매제공의무사업자와 비교해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협상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고시 개정을 통해 도매대가 산정에 대한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인수위 측에 요청했다.
일몰제 폐지도 다시 한 번 언급됐다. 정부는 통신사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일몰제를 두고 3년마다 의무제공사업자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몰제가 알뜰폰 사업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인수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그동안 요청해온 정책 현안들을 제안한 자리였다”며 “내용들이 다양하고 복잡해 인수위 측에서 정부 등을 대상으로 추가로 현황 파악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