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디지털 전환으로 향후 국내 보안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보안 시장의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통신사를 중심으로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아우르는 대규모 합종연횡을 통해 기업 보안시장의 재편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의 스타트는 ‘SK쉴더스’가 먼저 끊었다.
SK그룹의 보안계열사인 SK쉴더스는 기존 물리보안기업 ADT캡스와 정보보안기업 SK인포섹의 합병으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융합 보안회사’다.
SK쉴더스는 오는 5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보안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의 기대도 높다. SK쉴더스는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2조8000억~3조5000억원가량으로 평가되는데, 해당 금액으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단숨에 국내 보안기업 1위에 올라선다. 기존 1위 기업인 에스원의 시가총액은 4일 기준 2조76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맞서 KT와 LG유플러스도 빅텐트를 구상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KT는 물리보안 자회사 KT텔레캅과, LG유플러스는 에스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에 더해 SK쉴더스를 견제하기 위한 정보보안기업과의 결합 가능성이 점쳐지는 중이다.
◆이름 오르내리는 ‘이글루코퍼레이션’… 안랩 행보도 관심
결합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이글루코퍼레이션(구 이글루시큐리티)이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은 공공 분야 보안관제 사업에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보안 서비스 분야 매출 규모로는 SK쉴더스에 이은 2위다.
특히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이미 에스원이 2대 주주(지분 11%)로 참여하고 있다. 에스원은 LG유플러스와 통신·보안 결합 상품을 서비스하는 중이다. 여기에 이글루코퍼레이션이 참여해 SK쉴더스에 각을 세우는 통신+물리+정보보안 연합전선을 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지난해 NHN으로부터 ‘파이오링크’의 지분을 인수하며 더욱 네트워크 보안 및 관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킨 상태다.
이글루코퍼레이션는 현재 파이오링크와 연결재무제표로 묶이지는 않았으나 묶는다면 삼성SDS의 계열사인 시큐아이를 제치고 단번에 국내 2위 매출 정보보안기업으로 올라설 정도로 외형도 크게 성장한 상태다.
SK쉴더스가 IPO 이후 승승장구한다면 KT 입장에서 KT텔레캅과 함께할 정보보안기업을 물색할 수 있다. KT의 보안관제를 맡고 있는 윈스가 되리라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내 보안업계 매출 1위인 안랩 역시 빅텐트에 참여할 수 있다. 최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직을 고사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최근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향후 국내 보안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14일부터 4월 4일까지 16거래일 중 외국인은 15일 동안 안랩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은 15.16%에서 31%까지 상승했는데, 미국 자산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First Trust)가 지분 14.96%를 보유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안랩이 특정 통신사에 묶이는 형태의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도 ‘보안 기업’ 인수에 총력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보안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구글은 54억달러(한화 약 6조6000억원)에 맨디언트를 인수했다. 맨디언트는 2021년 매출액 4억8300만달러에 영업손실 3억5300만달러의 적자 기업이다. 재무제표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구글은 맨디언트를 인수해 구글 클라우드에 통합할 예정이다. 맨디언트 인수에 실패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국내 클라우드 기업도 정보보안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술 면에서는 미국 클라우드에, 가격 면에서는 중국 클라우드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성 고객을 다수 확보해야 하는데, 신뢰도 확보 측면에서 정보보안기업 인수는 언제든지 열려 있는 카드다.
◆협력에 유연한 ‘보안 관제’… 이글루의 선택은?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전통적으로 보안관제 및 컨설팅에 강점을 보여왔다. 보안관제는 어느 기업이든 필요로 하는 핵심 보안 서비스다. 협력 및 합병 대상으로, 특정 보안장비 및 SW 기업들과 비교해 보안관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업체가 1순위로 손꼽힌다는 분석이다.
다년간 공공 분야 사업을 이어오며 쌓아온 신뢰도와 2020년부터 등록 중인 인공지능(AI) 특허도 매력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총 86개의 특허를 등록했는데,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3년새 총 60개의 특허를 따냈다.
업계 관계자는 “SK쉴더스가 IPO 이후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다면 정보보안기업의 합종연횡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며 “보안기업간 M&A는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으나 타 업종에서 빅딜로 정보보안 기업을 인수코자 한다면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삼성전자, LG전자가 같은 해커조직에 해킹된 데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사이버전쟁, 대통령 교체기를 노린 북한의 위협 등 정보보안 이벤트가 산적해 있다. 정보보안기업으로서는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 시장에 대응하기위한 통신사 등 대기업들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