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스타하러 갈래?”
이는 세기말부터 현재까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자주 쓰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스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별’보다 게임이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언제 어디서든 이 대사를 들어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황제’라는 수식어는 아무 데나 붙지 못합니다. 보통은 인물에게 붙지만, 스타크래프트를 간단하고도 확실하게 설명하기 위해선 황제라는 단어가 꼭 필요합니다. 한국 e스포츠 문화를 창조해낸 최고 권위의 게임이기 때문이지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실시간 전략 게임(RTS)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1998년 3월31일 출시됐습니다. 1998년 오늘 북미와 중국에서 발매됐고 한국은 이보다 약 10일 뒤인 4월 9일에 발매됐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나이도 어느 덧 25세가 됐네요.
스타크래프트는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합니다. 지구인 종족 ‘테란’, 집단의식을 지닌 원시생물 ‘저그’,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프로토스’가 은하계 지배권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는 게 주요 스토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게임 이용자는 3종족 중 한 곳을 맡은 뒤 해당 종족 기지를 건설합니다. 이어 자원을 모으고 병력을 키워 다른 이용자를 섬멸시키면 됩니다. 실시간 전략과 컨트롤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지요. 특히 평균 20분 내외로 한 판 승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 정서와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출시 직후 스타크래프트는 ‘한 국가에서 가장 많이 팔린 PC 소프트웨어 게임’으로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도 올랐습니다. 이 한 국가는 바로 한국을 지칭합니다. 국내 출시 당시 외환위기 직후였음에도, 2000년 6월까지 100만개가 판매됐지요. 이는 지금도 회자되는 최단기 기록입니다. 2007년, 출시 10주년엔 450만장이 팔렸습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온라인게임 붐이 일었지요.
이 게임은 전국 PC방 수도 크게 늘게 한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1998년만 해도 100여 개에 불과했던 전국 PC방은, 불과 2년 만인 2000년에 1만5000여개로 폭증했는데요. 스타크래프트 강점은 저사양 PC에서도 잘 돌아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PC방 창업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대중에게 크게 알려준 게임으로도 꼽힙니다. 당시 10대에게는 희망 직종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는데요. 국내 e스포츠 산업 태생이 스타크래프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지 기반 또한 스타크래프트가 다졌습니다.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분위기도 점차 개선시켰습니다.
그 시절 스타크래프트는 웬만한 놀이, 회식 문화를 모두 주물렀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 ‘보는 것’도 재밌다는 것을 알게 해준 덕분입니다. 동양, 서양 문화가 달라도 잘 만든 게임 콘텐츠는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한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를 지난 2017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성은 그대로 계승하면서 그래픽 등은 현시대에 맞게 개선됐지요. 또,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어 번역을 지원하지 않았었습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발매한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한국어가 지원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아직도 국내 이용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PC방 게임 순위 사이트 ‘더 로그’를 운영하는 엔미디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29일 주차 집계에서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점유율은 3.04%로, 7위를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