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우리나라가 ‘반도체 코리아’로 거듭나는데 1등 공신은 삼성전자죠. 1983년 2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도쿄선언을 시작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더니 10년 만에 메모리 시장 선두주자가 됐죠. 30년 가까이 메모리 1위를 지켜오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에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습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핵심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입니다. 현재 대만 TSMC와 첨단 공정 경쟁을 펼치면서 분투하고 있는 분야죠. 최근 몇 년간 파운드리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고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 증설을 통해 몸집을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오늘은 삼성 파운드리의 전초기지가 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팹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사실 이 공장은 처음부터 파운드리 전용은 아니었습니다. 메모리로 시작했죠.
1996년 1월16일 조지 워커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가 미국 내 첫 반도체 생산시설 부지로 오스틴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부시 주지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5년 뒤 미국 대통령이 되는데요.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부시 가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같은 해 3월29일, 16메가비트(Mb) 및 64Mb D램 공장(1라인)이 착공했습니다. 당시 한국 기업의 단일 미국 투자로 최대인 13억달러가 투입됐습니다. 오스틴 팹은 약 2년이 흐른 1998년 2월 준공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틴시는 사업장 인근 도로명을 ‘삼성로’로 변경하기도 합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추가 투자를 통해 1라인 규모를 키웠고 2007년 6월에는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2라인을 준공합니다. 1라인은 8인치(200mm) 웨이퍼, 2라인은 12인치(300mm) 웨이퍼 전용이었습니다. 이 시기는 메모리 변혁이 이뤄지던 때였는데요. 웨이퍼 크기가 커졌고,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는 낸드플래시가 노어플래시를 밀어내고 대세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라인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차세대 공장으로 주목받았죠.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다양한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2012년 40억달러를 투자해 오스틴 팹을 시스템반도체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합니다.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기술 유출, 대북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한국 외 다른 지역에 생산기지를 마련해달라는 고객사 요청이 많았다고 합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공룡들이 즐비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차원에서도 오스틴 팹 전환은 적절한 결정이었죠. 이 과정에서 오스틴 팹은 ‘S2’라는 이름을 부여받습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시스템LSI사업부 내 파운드리 조직을 별도 사업부로 격상했습니다. ‘고객사가 경쟁자’인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였죠. 그러면서 S2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곳에서 발생한 매출이 4조원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죠. 퀄컴 엔비디아 등 기성 반도체 회사는 물론 구글 테슬라 등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선 기업들의 칩 생산을 담당하는 덕분입니다.
작년 2월 S2는 텍사스 한파로 전력과 수도 공급이 제한되면서 가동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한달여 공장 재개가 안 되면서 40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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