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오늘(15일)부터 앱 마켓사업자의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현재까지도 애플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과징금 부과로 이어지는 ‘사실조사’ 카드를 꺼낼 예정이다.
이날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전날 저녁 애플 측 한국 내 대리인(로펌)에게 다시 한 번 구체적 이행안 제출을 촉구했으나, 아직까지 내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는 애플에게 법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사실조사 등 구체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에게 개정법 준수를 위한 절차와 일정 등을 포함한 구체적 이행 계획안 제출을 요구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기로 했고, 다음달 1일부터 전체로 확대한다. 이미 일부 앱 개발사는 외부결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반면, 애플은 기존 결제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 구글처럼 외부결제를 허용하기로 입장을 선회했으나, 일정 및 수수료 등 국내법을 준수하기 위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이날부터 시행령이 실시되는 만큼, 사실상 애플은 법 위반을 한 셈이다. 앱마켓이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행위 등 법 위반을 할 경우, 관련 국내 매출액 최대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시정조치 등 법 이행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법 이행 강제금과 과태료과 부과된다.
앞서, 애플은 네덜란드에서 인앱결제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2500만유로에 달하는 벌금 폭탄을 맞았다. 규제당국인 소비자시장국(ACM)은 시정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주당 500만유로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는데, 애플은 5주 연속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애플이 국내에서도 ‘버티기’로 일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은 실효성 논란에 직면하며, 반쪽짜리 법안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방통위는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사실조사를 포한해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9월14일 세계 최초로 앱 마켓사업자 의무를 명확히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앱 마켓사업자 이용자 보호의무, 앱 마켓 운영 실태조사, 신설 금지행위의 유형‧기준 및 과징금 부과 기준 등을 구체화했다.
방통위는 앱 개발자가 아웃링크 등을 통해 다른 결제방식을 안내 또는 홍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앱 마켓사업자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수용, 이를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포함시켰다. 앱마켓 사업자가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앱 개발자에게 구매내역, 이용현황 등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추가하는 등 금지행위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 9월 개정안이 실시됐으나, 조사 및 제재를 위한 세부 법안을 정비해야 해 시행령을 마련하게 됐다. 더군다나, 구글의 우회 꼼수 논란까지 발생한 바 있다. 구글은 제3자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했으나, 기존보다 4%p 수수료 인하에 그쳤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및 카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앱결제 수수료보다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방통위는 우회적인 규제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령을 손질하고, 세부 기준을 통해 보완책을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법에 협조하지 않는 애플 태도를 꼬집으며 실효성 문제를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구글이 꼼수를 쓰고 애플이 나몰라라 하며 버티는 건 이미 예상됐던 상황이다. 우회전략을 막고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하고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구글이나 애플의 독점적 지위를 사용한 강제행위에 대한 부작용을 막고자 했던 취지인데, 앱마켓 전반의 포괄적인 법안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