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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20만원짜리 링크시스 공유기, 통신사 제품과 비교해봤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와이파이(Wifi) 신호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화장실 구석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면이 많이 회자됐다. 다소 과장됐을지언정 더 나은 신호를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경험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와이파이 신호는 공유기를 통해 제공된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회선 사업자가 싼값에 공유기를 임대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공유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구매를 하더라도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저가 브랜드가 더 선호된다. 자연히 링크시스와 같은 네트워크 업체의 제품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

반신반의하며 제품 리뷰를 위해 전달받은 링크시스의 공유기는 올해 1월 출시한 ‘아틀라스 프로6 MX5500’이다. 최신 무선표준인 와이파이6(802.11ax)를 지원한다. 안테나가 외부로 뻗혀나온 것이 아니라 내부에 감춰져 있는 형태다 보니 ‘공유기스럽지 않다’는 감상이 든다.

제품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링크시스 공식몰에서 해당 제품은 1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4기가헤르쯔(Ghz)와 5Ghz를 함께 제공하는 듀얼밴드 제품이다. 퀄컴 1Ghz 듀얼코어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돼 있다. 재원상 최대 250평방미터(약 75평)의 범위를 지원한다고 나와 있으나 권장 범위는 30~40평이다.

비교를 위해 통신사 제공 공유기와 링크시스 MX5500을 동일 위치에 설치. 깔끔한 디자인의 의미가 없어졌다.
비교를 위해 통신사 제공 공유기와 링크시스 MX5500을 동일 위치에 설치. 깔끔한 디자인의 의미가 없어졌다.

◆이동통신사 공유기와 비교··· “이정도로 차이난다고?”

사용자가 공유기에 바라는 역할은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다. 더 빠를수록, 신호를 더 멀리 보낼수록 좋다. 과연 비싼 값을 들여서 공유기를 살 필요가 있는가가 구매를 위한 핵심 질문이리라 판단된다.

이를 위해 KT 기가인터넷(1Gbps)을 이용 중인 사무실에서 이동통신사가 제공한 공유기(KT 기가 와이파이 웨이브2)와 비교했다. 3년 약정 기준 3300원에 제공되는 제품으로, 기가인터넷을 신청하면 3300원 전액 할인돼 실 납부액이 0원인 기기다. 와이파이5 제품인데, 2020년 8월부터는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기가 와이파이 홈 ax’를 같은 값에 이용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의 이용 환경에 따라 충분히 비용을 들여 비싼 공유기를 살 만하다’고 할 만큼 유의미한 차이를 얻었다.

6m가량 거리에서 칸막이를 두고 측정한 수치. 위부터 아래까지, 링크시스 MX5500 / 통신사 지급 공유기 / 5G
6m가량 거리에서 칸막이를 두고 측정한 수치. 위부터 아래까지, 링크시스 MX5500 / 통신사 지급 공유기 / 5G

두 공유기를 모두 작동시킨 상황에서 위치를 이동하며 5G와 2개 공유기의 무선 속도를 측정했다. 공유기의 경우 위치에 상관없이 5Ghz가 높은 속도를 기록해 이를 기준으로 했다. 측정한 기기는 사용 중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이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애플리케이션(앱) ‘무선인터넷 속도측정’을 이용했다.

공유기에서 6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중간에 칸막이를 하나 두고 기기의 위치 변동 없이 5회씩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링크시스 MX5500은 평균 다운로드 621.1메가비피에스(Mbps), 업로드 707.2Mbps로 측정됐다. 이동통신사의 기기는 다운로드 465.6Mbps, 업로드 188.3Mbps이며 5G는 다운로드 505.9Mbps, 업로드 34Mbps로 확인됐다.

테스트 환경 통제를 위해 사람이 없는 저녁 시간대에 측정한 결과다. 이동통신사 기기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처지는 편이다. 그중 특히 업로드 속도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낮았는데, 랜(LAN) 케이블을 변경해도 결과값은 유사했다. 기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설정상 오류 등이 의심된다. 5G의 경우 업로드 속도가 더 처참하다.

조금 더 멀리서, 중간에 벽을 두면 어떨까. 직선 거리로 대략 10m 거리의 테라스로 나간 뒤 문을 닫고 측정했다. 2~30평대 아파트로 가정한다면 방 끝과 끝 정도로 체감된다.

2개 기기 모두 와이파이 신호는 3칸이 잡혔다. 링크시스 MX5500은 다운로드 432.9Mbps, 업로드 297.7Mbps로 낮아졌다. 이동통신사 기기의 경우 다운로드 158.9Mbps, 업로드 34.6Mbps로 하락폭이 더 크다.
직선거리 10m에 벽을 뒀을 때의 속도. 왼쪽부터 링크시스 MX5500, 통신사 기기
직선거리 10m에 벽을 뒀을 때의 속도. 왼쪽부터 링크시스 MX5500, 통신사 기기

◆‘돈값 하나?’는 개인의 판단

다소 큰 차이가 나왔는데, 이는 공유기 사양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링크시스 MX5500은 중앙처리장치(CPU) 퀄컴 1Ghz 듀얼코어에 512메가바이트(MB) 램을 탑재했다. 최신 표준인 와이파이6를 지원한다. 반면 이동통신사 기기는 CPU로 880메가헤르쯔(Mhz)의 미디어텍 듀얼코어 CPU와 256MB 램이 탑재됐다. 와이파이5(802.11ac)용 제품이다.

속도 차이보다도 눈길이 가는 것은 커버리지 범위다. 몇차례 더 테스트한 결과 링크시스 MX5500이 이동통신사 기기보다 더 넓은 범위에 빠른 속도의 무선 신호를 제공했다. 1개의 기기로 테스트했지만, 복수 기기가 공유기에 접속할 경우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 외 상대적으로 더 나은 디자인이나 관리를 위한 앱 제공 등도 링크시스 MX5500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사용 중인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기 꺼림칙할 경우 게스트용 와이파이를 설정할 수도 있다. 앱에 몇 개의 기기가 연결됐는지 확인하거나 연결된 기기의 접속을 중단 및 중지, 특정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부모 통제 기능도 제공한다. 비밀번호 변경 및 업데이트 등은 기본이다.

링크시스 앱. 인터넷 상태를 볼 수 있는 대시보드와 게스트 액세스, 접속 기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링크시스 앱. 인터넷 상태를 볼 수 있는 대시보드와 게스트 액세스, 접속 기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을 위해 20만원상당의 비용을 지불할지는 개인의 판단에 달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원룸에서 거주하는 1인 가구나 100Mbps와 같은 낮은 속도의 인터넷을 이용한다면 링크시스 MX5500은 다소 오버스펙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측정할수록 2개 공유기의 속도 차이는 적어진다. 회선 속도가 느릴수록 차이도 미미해진다.

반면 기가인터넷(1Gbps)을 이용한다면, 또 20평 이상의 넓은 주택, 아파트에 산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다. 애초에 인터넷 속도에 무관심하다면 기가인터넷(1Gbps)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접속자가 많고 속도도 중요한 사무실이라면 적극적으로 권할 만한 성능 차이다.

아쉬운 점은 6Ghz 대역폭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5Ghz 대역폭의 사용량이 많아짐에 따라 최근에는 2.4/5Ghz에 이어 6Ghz까지 확장됐다. 갤럭시 S21 울트라, 갤럭시 S22 플러스·울트라 등 2021년 이후 출시한 일부 기기가 와이파이6E를 지원하는데, 해당 신호를 발신해줄 와이파이6E 공유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현재 국내 출시한 와이파이6E 지원 공유기는 한손에 꼽는다. 링크시스 역시 와이파이6E를 지원하는 제품(AXE8400)을 공개했다. 올해 내 국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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