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영화 <기생충>에서는 무료 와이파이 사용을 위해 좁고 낡은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천장에 가져다 대며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날 와이파이(Wi-Fi)에 대한 의존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와이파이는 유선 인터넷을 무선 신호로 송출하는 ‘인터넷 공유기’와 해당 신호를 받는 기기를 필요로 한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는 무선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다.
와이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와이파이가 아니다. ‘802.11’로 정의되는 이 기술은 1997년 최초 제정 후 숱한 기술 개발을 거쳐왔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와이파이는 대부분은 와이파이5(802.11ac)다. 하지만 최근 와이파이5에서 지적돼 온 문제를 개선한 와이파이6(802.11ax)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와이파이6 지원하는 넷기어 나이트호크 MK63=고가의 인터넷 공유기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이 가질 의문은 ‘비싼 공유기를 쓰면 인터넷이 빨라지는가’라는 의문일 것이다. 와이파이5와 와이파이6를 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빨라진다. 같은 네트워크에 통신사가 제공하는 와이파이5 공유기와 MK63을 사용해본 결과 MK63이 다운로드 속도 21.6%, 업로드 속도 47%가량 더 우월했다.
테스트는 1기가비트(Gbps)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양쪽 다 5기가헤르쯔(GHz) 주파수를 사용했으며 기기의 경우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동료 기자의 ‘삼성 갤럭시 s10’을 사용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제공하는 인터넷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했고 각각의 환경에서 5회가량 측정한 속도의 평균값을 대조했다.
와이파이5 무선 공유기의 경우 1기가비트 인터넷 환경에서 5회 무선 속도 측정을 한 결과 다운로드 속도 초당 276.9메가비트(Mbps), 업로드 속도 187.6Mbps를 기록했다. 동일한 환경에서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넷기어의 MK63의 와이파이의 5회 무선 속도 측정 평균값은 다운로드 속도 336.7Mbps 업로드 속도 275.8Mbps였다.
넷기어 관계자는 “MK63의 경우 새틀라이트와 함께 보다 넓은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제품인 만큼 고사양 제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고사양 제품을 사용할 경우 인터넷 속도는 더 차이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파이6의 진면목은 다중접속=사실 와이파이6의 최대 장점은 속도가 아니다.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액세스(OFDMA)’라는 기술을 통해 기존 와이파이5 대비 4배가량의 더 많은 기기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한다.
특히 MK63의 경우 공유기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라우터 외에 본체의 신호를 받아 이를 다시 퍼뜨리는 새틀라이트 유닛 2대로 구성돼 있다. 집안이나 사무실 특정 위치에 신호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MK63의 경우 최대 300제곱미터(약 90평)의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것이 넷기어 측 설명이다.
이를 위한 기술로 적용된 것이 ‘메시 와이파이’ 기능이다. 기존 와이파이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사용하던 ‘증폭기’의 경우 범위를 확장하는 데 비해 확장된 범위에서는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메시 와이파이의 경우 확장된 범위에서도 기존 와이파이의 속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간편한 설치··· 앱 한글화는 아쉬워=MK63의 경우 통상 인터넷 공유기에 있는 ‘안테나’가 없다. 겉보기에는 공유기임을 알아보기 어려운 네모난 박스 형태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모두 285g의 가벼운 무게로 원하는 위치에 쉽게 배치할 수 있다.
여느 인터넷 공유기처럼 MK63의 설치는 쉬운 편이다. 본체 라우터의 경우 외부 인터넷과 연결하는 ‘인터넷’과 공유기와 PC를 연결하는 ‘이더넷’ 포트가 각각 1개씩 있다. 전원 케이블을 장착하고 가정 혹은 사무실의 모뎀과 공유기의 인터넷 포트를 연결하면 된다. 이후 인터넷의 확장을 위해 공간에 새틀라이트 2대를 비치하면 설치 준비는 끝이다.
설치 준비를 마친 뒤 ‘나이트호크’ 앱을 설치해 안내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공유기 감지부터 새틀라이트 감지, 공유기 계정 설정 및 테스트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설치 과정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다소 지연이 발생했다. 짧은 시간 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설치된 공유기 및 새틀라이트 인식 등에 10분 이상이 소요됐다. 설치 환경이나 연결을 시도하는 기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관리자 암호를 분실할 경우 이를 찾기 위한 ‘보안 질문 설정’에서 질문은 한글로 돼 있지만 답변은 영문자로만 해야 하는 점도 아쉽다. ‘태어난 도시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 ‘부산’이라고 답하면 ‘영문자만 사용 가능’이라는 오류 문구가 출력된다. 출생 도시를 묻는 질문 2개에 ‘Pusan’, ‘Jejudo’라고 기입해야 했다. 사용하는 데 크게 지장이 있는 점은 아니나 앱 전체적으로 한글화가 잘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좋기는 한데··· 정작 쓸 수 있는 기기 얼마 없어=와이파이6 기술이 유망한 기술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단점 역시 선명하다.
MK63의 경우 7월 6일 기준 온라인을 통해 42만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1~3만원대의 저렴한 인터넷 공유기나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공유기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진입 장벽이 다소 높다.
또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기기가 많지 않다는 것도 와이파이6 지원 인터넷 공유기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우 갤럭시 S10, 노트10, S20이 와이파이6를 지원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11부터 지원한다. LG전자의 G8, V50, 벨뱃 등은 와이파이6를 미지원한다. V60이 와이파이6를 지원하지만 한국 시장에는 출시하지 않았다.
갤럭시 S10이나 아이폰 11 이전 세대 스마트폰이나 LG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 기기에서 와이파이6를 지원하지 않는다. 또 노트북이나 PC에서 와이파이6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무선 랜카드를 삽입하는 등의 복잡할 절차를 거쳐야 한다. USB나 C타입 포트에 장착할 수 있는 무선 랜카드 제품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의가 본격화된 6GHz 와이파이도 인터넷 공유기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5일 ‘5세대(G)’급 와이파이로 불리는 6GHz 대역 와이파이6(와이파이6E)를 비대면 주파수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6GHz 대역을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칩셋이 필요하다. 기존 2.4GHz, 5GHz를 지원하는 공유기로는 6GHz 대역을 이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