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국내 최대의 IT서비스기업 삼성SDS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엔터프라이즈 IT시장에선 혁신에 굼뜬 ‘공룡’의 이미지로, 자본시장에선 이렇다할 혁신적 모멘텀이 없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1년 전인, 2021년 2월18일 삼성SDS 주식의 종가는 19만8500원이었다. 그로부터 1년뒤인 2022년 2월17일 종가는 13만8500원이다. 이렇다할 반등 한번없이 30%이상 계속 하락했다. 온라인 주식게시판에는 주주들의 원망으로 가득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 물량을 다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삼성SDS가 국내외 IT시장의 핵심 테마인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삼성SDS, 클라우드 시장 생태계 어디쯤에 위치해 있나
지난 17일 삼성SDS가 AWS(아마존웹서비스)와의 계약을 통해 MSP(Managed Service Provider) 사업을 강화하고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흥미로운 소식을 발표를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런 시장의 반응이 크게 이상할 일은 아니다. 클라우드 MSP사업 자체가 이미 블루오션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베스핀글로벌 등 이미 MSP시장에서 내공이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많은데다 상당수의 IT서비스회사들이 앞다퉈 MSP 사업을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MSP시장은 큰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없는 레드 오션이다.
그리고 클라우드 전체 생태계에서 MSP는 CSP(Cloud Service Provider)의 종속 시장이다. 삼성SDS의 역할도 AWS의 클라우드 사업을 하청받아 클라우드 전환을 도와주는 일종의 ‘클라우드 SI’사업의 성격이다.
결국 삼성SDS가 제대로된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을려면, 먼저 거대한 클라우드 시장 생태계의 최상단에 있는 AWS, MS,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경쟁하는 ‘1군 리그’(CSP)에 들어가야만 한다.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 경쟁'이란 표현은 이 최상단의 CSP 그룹에 속한 IT기업들에게 붙이는 수식어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성SDS는 독자적인 클라우드(CSP)서비스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아직 ‘1군 리그’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등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이 AWS, MS, 네이버클라우드 등 CSP들과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4~5년간, 국내 IT시장 생태계의 중심이 클라우드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동안 삼성SDS의 변화는 의외로 늦었고, 과감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SDS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클라우드 인력을 전체 직원의 40% 가까이 늘리는 등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역점을 쏟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지금 삼성SDS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볼륨(매출) 경쟁이 아니라 방향성일지 모른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삼성SDS가 AWS와 직접 경쟁하는 CSP회사로 더 성장해 갈 것인가, 아니면 클라우드 통합관리를 해주는 MSP로 만족할 것인가’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판단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물론 삼성SDS가 MSP 역할에 만족한다해도 재무적으로 크게 위험해질 일은 없다. 오히려 주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든든한 MSP 고정 수요처가 있기 때문에 꾸준한 클라우드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공시한 분기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1개 회사로 부터 올린 IT서비스 매출만 누적기준(1월~9월)으로 1조4742억원에 달한다. 그외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업계 최대규모의 계열사들도 결국은 삼성SDS의 클라우드 MSP 고객들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삼성SDS가 삼성그룹 계열사를 기반으로 한 MSP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고착화한다면, 역설적으로 클라우드 시장 생태계에서 탑티어(Top Tier)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좀 더 넓게 본다면, 이것은 삼성SDS만의 비즈니스 구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클라우드 전략이 결국 AWS, MS 등 외산 CSP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삼성SDS는 이미 '올인원' 클라우드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클라우드 멀티서비스' 전략을 강조해왔다. 즉 AWS, MS 등 CSP사업자들을 관리하고, 클라우드 모든 영역에 걸쳐 클라우드 컨설팅과 시스템을 구축하며, 운영 및 유지보수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올인원 클라우드' 전략의 핵심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본질인 MSP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삼성SDS는 지난 몇 년간 ‘IT 혁신서비스’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다. 블록체인, AI, 빅데이터 등 시장에서 주목받은 혁신 사업은 모두 손을댔다. 클라우드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같은 혁신 기술 분야에서 의미있는 폭발적인 실적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업문화의 문제일 수 있고, 경영 전략의 부재일수도 있다.
물론 최근 몇년간 매출이 크게 상승한 삼성SDS의 '물류' 사업은 논외다. 어디까지나 혁신기술 기업을 추구해야하는 삼성SDS에 있어서 ‘물류’에서의 외형 성장은 예나 지금이나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삼성SDS의 전체 영업이익중 IT서비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3~85% 수준이고, 물류는 15% 미만의 저부가치 사업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SDS가 지난 4~5년의 기간 동안, 클라우드 시장의 핵심(코어)로 성장했다면 분명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포지셔닝을 하고 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예상이다.
어쩌면 지금이 삼성SDS로서는 가장 애매한 시간일 수 있고, 가장 고민이 깊은 시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