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그간 개발 중인 프로젝트 공개에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해왔던 엔씨소프트가 달라진다. 최근까지 쇼케이스를 통해서만 게임 공개를 해왔던 엔씨소프트가 개발 과정부터 이용자 목소리를 듣겠다고 선언했다.
‘리니지’ 색깔을 뺀 신규 지식재산(IP)으로 글로벌 공략에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엔씨소프트가 이용자 친화 전략을 통해 내수 시장 한계를 딛고 글로벌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최근까지 신작 타이틀 가제로 써왔던 ‘프로젝트TL’을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로 명명하기로 확정했다.
당초 TL은 게임업계에서 ‘더 리니지(The Lineage)’ 약어로 통용돼 왔다. 프로젝트 자체가 리니지 IP를 활용한 작품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엔씨는 TL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간 명확히 이야기해오지 않다가, 지난 15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TL의 장르는 Full-3D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라며 “PC와 콘솔에서 경험 가능한 깊이 있는 정통 MMORPG”라고 소개했다.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는 TL은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비주얼이 돋보이는 엔씨 신규 IP다. 개발 과정에서 리니지 IP를 벗게 됐다. 해당 타이틀은 아시아권과 북미·유럽까지 글로벌 출시 목표로, 12개 언어로 개발 중이다. 환경변화가 동반되는 심리스 오픈월드로써 이용자 간 대결(PvP)보다 몬스터 전투(PvE) 콘텐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엔씨 내부에선 글로벌 공략 수립 과정에서 이용자 조언이 결정적일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TL은 엔씨에게, 성공시켜야만 하는 IP다. 최근 엔씨 실적은 ‘더 이상 리니지 IP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리니지W’ 덕분에 34.9% 오른 757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1% 줄어든 1095억원에 그쳤다. 모바일게임인 리니지M·리니지2M 매출은 1년 새 각각 34.1%와 23.1% 줄었다. PC 버전인 리니지·리니지2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3.7%와 4.6% 감소했다.
리니지W가 아무리 최고 매출액을 찍어도, 다른 기존 타이틀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가장 자신 있는 IP 신작을 냈고, 성공을 거뒀음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대작이었던 ‘블레이드앤소울2’ 흥행 부진도 이용자와의 소통 부재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간 타사에 비해 이용자 소통이 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엔씨에게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TL과 리니지의 선을 명확히 그은 상황에서, 엔씨는 소통을 중심으로 넥스트 리니지를 설계할 방침이다. 엔씨는 오는 3월부터 이용자와 촘촘한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엔씨 관계자는 “이번 티저 영상 공개와 콘퍼런스콜을 통해 리니지 IP에서 벗어난 TL 그 자체를 알릴 수 있었다고 본다”며 “개발 과정에 이용자 반응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내부 의지도 있다”고 전했다.
마케팅 공략 또한 기존 문법을 바꾼다. 엔씨는 TL에 콘텐츠와 비즈니스모델(BM), 플랫폼까지 이전 MMORPG 해외 진출과는 다른 전략을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서구권을 정조준하기 위한 설계에 주력한다.
홍원준 CFO는 “여러 MMORPG 타이틀을 한국과 아시아에 출시하는 데 있어 커스터마이징부터 큐레이트된 면까지 부족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서구권 공략을 짰고, TL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진출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엔씨가 티저 영상으로 공개한 신규 IP 5종은 인터랙티브 무비, 액션 배틀 로얄,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이 중에서 콘솔·PC 타이틀인 TL이 가장 먼저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