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에는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했습니다. 지난주 큰 하락세를 겪은 후 다소 안정화된 모습인데요. 하락장을 틈타 고래(가상자산 대량 보유자)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가상자산 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한 주였습니다. 규제로 인해 사업에 타격을 받는 가상자산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선 해외에서는 구 페이스북, 현 ‘메타’가 가상자산 프로젝트 ‘디엠(Diem)’을 매각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 때 ‘리브라’로 유명했던 디엠은 거대 기업의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프로젝트들 중 하나인데요. 결국 규제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옵니다.
국내에서는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이 외부 개인 지갑에 대한 송금을 전면 차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송금이 가능한 해외 거래소도 12개로 제한해둔 상태인데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NH농협은행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협은행이 규제의 주체는 아니지만,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예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었죠.
다행인 것은 대선 후보들이 가상자산 규제를 풀어주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점인데요. 단순 선거운동에 그치지 않고, 규제 빗장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번주 <주간블록체인>에서는 디엠 매각, 빗썸 송금 제한 등 국내외 가상자산 기업들의 어려워진 사업 현황을 다뤄보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내 대선후보들이 제안한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원대했던 리브라의 꿈…메타(페이스북), 결국 가상자산 사업 접나
지난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메타가 디엠 프로젝트를 실버게이트 은행의 지주회사 실버게이트 캐피털에 매각하려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2억달러에 디엠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메타가 디엠 관련 지적재산권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디엠은 원래 ‘리브라(Libra)’로 불렸던 프로젝트로, 지난 2019년 6월 처음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당시 메타는 달러는 물론 유로 등 다양한 통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지향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변동성이 없는 가상자산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통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라면 어느 국가에서든 쓸 수 있겠죠. 결제수단으로도 쓰이고, 국가 간 송금 수단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메타가 지향했던 바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메타, 당시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처음 공개하던 영상에서 개발도상국의 금융 소외계층을 조명했습니다.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던 사람들도 가상자산을 통해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포부였죠.
이는 규제당국을 건드리기 충분했습니다. 리브라가 ‘전 세계 통화’를 지향했던 만큼, 세계 각국의 정부가 반응하기 시작한 건데요. 전 세계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연구에 돌입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도 가속화됐죠. 역시 거대기업의 효과는 컸습니다.
결국 리브라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마커스와 메타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야만 했습니다. 끝없는 규제당국의 압박 이후, 메타는 지난 2020년 말 프로젝트명을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변경했습니다. 또 디엠 프로젝트는 메타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고요. 다양한 통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대신, 단일 법정화폐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사명 변경에도 프로젝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결국 지난해 말 데이비드 마커스가 메타를 떠났습니다. 이후 올해 들어 매각 보도가 나온 것이고요.
거대기업인 메타가 시도했기 때문에 크게 이슈화된 것이지만, 사실 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메타와 비슷한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 간 송금을 자유롭게 하고, 금융 소외계층도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부분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포부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블록체인 기술이고요.
메타가 하지 못했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시도할 일인 만큼, 마냥 규제로 막을 순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비슷한 포부를 지닌 다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전개할 것인지 주목됩니다.
◆국내 코인 거래소의 대명사, 빗썸도 난항…코인 송금에 제한 둬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점유율 기준 2위 거래소인 빗썸이 외부 개인 지갑에 대한 송금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해외 거래소에 대한 송금도 12개 거래소로만 제한했는데요. 이 중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해외 거래소이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빠져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빗썸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NH농협은행의 강경한 태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빗썸은 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원화 입출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은행의 입장에 맞춰줘야 하는 ‘을’일 수밖에 없는데요.
지난 9월 NH농협은행은 빗썸 및 코인원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하면서 1월 30일까지 외부 지갑으로의 송금을 막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외부 지갑으로의 송금을 원천 차단할 경우 가두리 거래가 일어날 수밖에 없겠죠. 국내 거래소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도 치솟을 것입니다. 이에 두 거래소는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사전에 안내한 외부 거래소로의 송금은 가능하게 하는 한편, 개인 지갑으로의 송금도 ‘본인 지갑임을 인증하면’ 가능하도록 한 것이죠.
빗썸은 대면심사를 거쳐 인증하도록 했고, 코인원은 이메일 등 최소한의 본인 식별 정보로 가입할 수 있는 개인 지갑만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유독 빗썸에게 강경했습니다. 결국 빗썸은 개인 지갑으로의 송금은 할 수 없게 됐고, 송금 가능한 해외 거래소도 12개로 제한해야 했습니다.
개인 지갑에 대한 송금을 금지할 경우, 개인 지갑과 연동해서 쓰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서비스나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플랫폼을 사용하기 어려워집니다. 빗썸의 사용자 이탈이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농협은행이 이토록 강경한 데에는 자금세탁에 대한 우려와 오는 3월 시행되는 트래블룰 등이 고루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됩니다.
트래블룰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담긴 조항으로,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데요. 가상자산 송수신 시 거래소끼리 송수신자 관련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때문에 수신자를 제대로 알 수 없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의 송금을 제한하려 하는 것이죠. 거래소에 계좌를 터준 은행 입장에선 이 부분에 신경을 쓸 것입니다.
현재는 빗썸이 가장 제한적인 정책을 내놓은 상태이지만, 본격적으로 트래블룰이 시행되면 다른 거래소에서도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입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외부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보내는 게 점점 어려워질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디파이 서비스나 NFT 플랫폼을 이용하기 힘들어집니다. 국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규제에 막힌 가상자산 사업, 대선 이후 빗장 풀릴까
이처럼 규제로 인해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사업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공약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쪽은 가상자산 10대 정책패키지를 제안하며 “근본부터 뜯어고치겠다”고 했는데요.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발행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공개(ICO)를 허용하고, 금융사의 거래소 사업 진출을 위해 장벽을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상품과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도 허용하겠다고 했고요.
국민의힘 진영도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또한 ICO를 허용하고 가상자산 투자 비과세 구간을 5000만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가상자산 분야에서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고요.
현재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 게임을 출시하는 데도 제약을 받고 있을뿐더러, 외부 지갑으로 코인을 송금하는 것도 어려워진 상황인데요. 이 같은 어려움은 고스란히 국내 투자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들이 단순 공약에 그치지 않고,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