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전 세계에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게임 룰이 바뀌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달라지고, 비즈니스 영역 구분이 모호해졌다. 한국도 이에 빠르게 대응해 빅블러 시대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디지털데일리>는 2022년 임인년을 새해를 맞아 IT 기업들의 합종연횡·신시장 개척 등 위기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현재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반도체와 배터리가 뜨거운 감자가. 두 제품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도체 주문이 급증했고 전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로 배터리 생산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요가 확대하면서 각 업계에서는 지형 변화가 감지된다. 전통적으로 구분되던 영역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DIY(Do It Yourself)’ 바람이 불고 있다.
◆반도체 개발 나선 서버업체=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가 연이어 증설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이 클라우드 공룡으로 꼽힌다. 이들은 과거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서버를 운영했다. 다른 선택지는 AMD 정도다. 두 회사는 인텔 ‘x86’ 아키텍처 기반 CPU를 만든다. 아키텍처는 반도체의 뼈대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설계 방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구도는 바뀌고 있다. 주요 기업이 자체 칩 개발에 돌입하면서다. AWS 등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나 서버를 구성하기를 추구하는데 기성 업체 제품으로는 유연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 또는 AMD의 CPU를 활용하면 정해진 틀에서 서버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ARM 아키텍처를 통해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MS는 PC용 CPU를 내재화하기로 했다. 애플은 아이폰용 프로세서만 개발하다가 2020년부터 맥북용 CPU ‘M1’를 선보였다. MS도 자체 CPU 설계에 착수했다. 양사도 ARM 아키텍처 기반 제품을 내세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까지 CPU 개발을 선언한 상태다.
이러한 흐름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반도체 제조만 담당하던 파운드리 업체가 고객의 설계를 돕게 됐다. 반도체 개발 경험이 부족한 협력사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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