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지난 주말 동안 온라인의 화제는 유투브 경제채널 ‘삼프로TV’였다. 삼프로TV는 2030 구독자가 두터운 유투브 주식채널로 이미 유명하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직접 만나 토론 배틀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삼프로TV의 패널들과 가진 질의응답 영상이 같은 시간대에 올라옴으로써 두 후보가 가진 경제 관념과 정책들을 비교할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두 후보중 누가 더 토론을 잘했느냐’ 비교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고, 각자가 판단할 문제다.
이날 영상중, 개미 투자자들의 주목을 끈 것은 이재명 후보가 전망한 ‘주가 5000’이다. 이 후보는 “과거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우리 주가가 저평가됐는데 지금은 주가조작 등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을 강화해 자본시장의 불투명성을 제거한다면 주가 5000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스피 5000’은 현재로선 꿈의 숫자다. 지금보다 2000포인트나 더 올라야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상승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 지수로 평가받는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에 한국이 편입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MSCI 편입으로 선진국의 뭉칫돈이 안정적으로 유입돼야만 지수 5000시대를 노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적 영상 조회수에 주목… 기존 전통 언론에 울리는 경고음
그러나 이 후보가 전망한 ‘주가 5000’ 숫자 보다 개인적으로 훨씬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삼프로TV의 역대급 조회수이다.
영상이 올라온지 이틀이 지난 27일 오후 3시30분 기준, 이재명 후보 영상 조회수는 187만회, 윤석열 후보 영상 조회수는 131만회를 각각 기록했다. ‘좋아요’와 ‘댓글’도 역시 폭발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하루 지나 영상 조회수가 30만 정도되면 좋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업로드한 결과그 예상을 몇배나 훌쩍 뛰어넘었다.
사실 더 충격적인 것은 엄청난 조회수가 아니라 두 후보 영상에 실린 댓글의 내용들이다.
‘지상파, 공중파에서 볼 수 없었던 후보들의 생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후보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됐다’, ‘경제분야 말고도 외교, 사회 복지,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
적지않은 댓글들이 신문과 방송 등 기존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언론)에 대한 신랄한 질타였다. ‘삼프로 TV가 나라를 구했다’는 댓글은 기성 미디어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기존 미디어로 충족할 수 없었던 정보의 갈증을 삼프로TV와 같은 유투브 채널을 통해 해갈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물론 이런 비판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자초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미디어들은 독자들로부터 정치판에 ‘심판’이 아닌 ‘선수’로 뛰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이미 몇몇 미디어들이 특정 진영의 논리에 스스로 갇히면서 대중적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중들은 레거시 미디어들의 프레임을 반박하고, 거부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지금 독자들은 이에 대응해 SNS, 유투브 등 다양한 자기 표현 수단을 활용한다.
앞선 대선과 비교해 이번 20대 대선(大選)에서는 유투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치 유투브 방송이 넘쳐나고, 독자들은 또한 거기에 격렬하게 몰입한다. 특히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설계한 일방향 프레임에 신물이 난 독자들이 그 반작용으로 유투브와 같은 대안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삼프로TV의 역대급 조회수는 그런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유투브의 급성장, 과연 차세대 미디어가 될 수 있을까
유투브는 영상이 주는 현장감, 실시간 운영자와 독자간에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독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투버에게 후원 계좌 송금이나 슈퍼챗을 보냄으로써 동질감과 함께 존재감을 확인한다.
물론 유투브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과 위험성도 적지않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안 미디어로써 유투브의 생명도 역시 한시적일 수 밖에 없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고, 정보의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하다.
유투브를 통해 ‘사실상의 방송’ 기능을 하면서도 현행 방송법으로 방송윤리위반 등 강력한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딥페이크’ 등 실제와 구별이 힘들정도로 조작된 영상이 얼마든지 독자의 판단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5년마다 한번씩 찾아오는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미디어 시장의 재편이라는 또 다른 화두가 던져졌다. 비대면 시대와 디지털로 새롭게 조우해야하는 미디어 환경은 분명 기존과는 다를 것이다.
현재로선 어떤 형태로 진화될 것인지 예단할 수 없다. 어떤식으로 진화하더라도 ‘신뢰’와 ‘객관성’이라는 미디어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면 독자들은 또 다른 대안 채널을 찾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