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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인사이트] 곧바로 ‘메타버스’로 직행할까…급물살타는 은행권 점포 혁신 (下)


앞으로 이런 모습으로 은행을 이용한다? .... KB국민은행이 지난 11월 26일 공개한 ‘KB 메타버스 VR브랜치’ 테스트베드. 가상공간에 실감나는 영업점을 구축했다. <사진 KB국민은행>
앞으로 이런 모습으로 은행을 이용한다? .... KB국민은행이 지난 11월 26일 공개한 ‘KB 메타버스 VR브랜치’ 테스트베드. 가상공간에 실감나는 영업점을 구축했다. <사진 KB국민은행>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급속한 디지털화와 비대면화 그에 따른 오프라인 은행 점포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도 다르지 않다.

세계 주요 은행들 역시 인력 재배치, 복합점포, 특성화 점포 등 다양한 형태의 점포 혁신 전략을 본격적으로 짜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2021. 2월호)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HSBC는 3만5000명, 도이치뱅크는 전직원의 절반이 넘는 1만8000명 수준의 감원을 예고한 바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오는 2024년까지 독일내 점포 790개 중 340개를 폐쇄하고 전체 인력의 30%가 넘는 1만명 감축을 발표했다. 또한 은행 점포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관련해, 호주의 썬콥(Suncorp)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폐쇄된 20개 지점의 직원들을 콜센터로 배치해 전화, 화상채팅 등 비대면 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치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점포 직원들의 온라인 업무로의 전환은 기존 은행 직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이 과연 최선인가'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여전히 남는다. 화상상담 점포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어떤 것인지, 또는 혹시 다른 방식의 점포 혁신 방안은 없는지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화, 과연 경제적인가?

혁신을 위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경제성을 전제해야한다.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는 물리적 혁신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관련하여 국내 은행권은 약 10년전, 경쟁적으로 도입했으나 경제성에서 실패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화상상담 중심의 디지털 점포 전략도 사실 과거 스마트 브랜치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과거와는 전략이 많이 달라졌고 수정됐다. 당시 은행권의 ‘스마트 브랜치’는 최첨단 ICT기반의 자동화 장비를 설치해 고객의 셀프뱅킹(Self Banking)을 이끌어내는데 촛점이 맞춰졌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점포 인력을 줄이겠다는 목적이었다. 금융 상담이 필요한 일부 고객만 기존 상담 창구로 유도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전략적 실패였다. 디지털에 익숙한 20~30대 젊은 고객층이 주요 고객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내 중심가나 대학가에 스마트 브랜치를 열였으나 발길은 뜸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날로 진화하고 있는 모바일 뱅킹이라는 강력한 대체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권은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 혁신 전략과 관련, 기존 셀프뱅킹 고도화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고객들에게 제시해야한다.

이와관련 은행권은 화상상담을 통해 금융투자 및 세무상담 등 고부가가치 업무 위주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와는 차별화된 방향으로 가고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 AR(증강현실) 등 고객의 몰입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ICT 인프라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점포 직원들의 화상상담업무 전환?… 범용화 될까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오프라인 점포 직원들을 화상상담 업무로 재편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고, 은행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은행 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할 것이다. 직원을 줄이면서 점포 혁신을 하려고 했던 당초 디지털 혁신의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화상상담 창구는 기존 점포 직원들의 역할이 비대면 상담 업무로 수평적 변화만 이뤄진 것이다.

현재 시범서비스 중이지만 은행들은 화상상담 점포를 크게 확대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화상상담이 가능한 점포를 범용화하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은행 VIP고객 응대나 예약 상담제 등 제한적으로만 운영하겠다는 전략에 무게를 맞추고 있다.

경제성을 따져본다면, 오프라인 점포에 화상상담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하는데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은행의 입장에선 가능하면 점포의 디지털 혁신을 하되 가장 경제적인 혁신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한다. 다소 미흡하지만 'AI 뱅커'가 적극적으로 혁신 점포에서 시도되는 이유다.
신한은행이 올해 9월에 선보인 ‘AI 뱅커’를 통한 화상상담창구. 직원이 아니라 AI로 작동되는 셀프뱅킹 서비스로 분류된다. 기존 창구업무의 80% 이상이 가능하다. (구)평촌남 지점의 ‘디지털라운지’에서 시범 적용 후 전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AI 학습 데이터를 통해 고객 응대 범위가 확장되면 보다 편안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올해 9월에 선보인 ‘AI 뱅커’를 통한 화상상담창구. 직원이 아니라 AI로 작동되는 셀프뱅킹 서비스로 분류된다. 기존 창구업무의 80% 이상이 가능하다. (구)평촌남 지점의 ‘디지털라운지’에서 시범 적용 후 전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AI 학습 데이터를 통해 고객 응대 범위가 확장되면 보다 편안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미래형 디지털혁신점포 구축을 위해 약 1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디지털 화상상담데스크 63대, ATM 키오스크 102대를 도입했다. 영업점 내 화상상담 데스크 및 ATM형 키오스크 도입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디지털 혁신점포 내 인공지능 기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솔루션 도입 및 개발을 진행했다.

은행권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디지털 혁신 모델중에서 화상상담 점포가 결코 저비용 모델은 아니다. 이것보다 보다 더 저렴하고 혁신적인 고객 채널은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경제성만 놓고 본다면, 대형 은행들이 올해 크게 강화한 모바일 기반의 종합금융플랫폼이 가장 우수하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모바일뱅킹 플랫폼에서도 챗봇, AI, 화상 등 다양한 형태의 상담서비스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이 올해 10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 선보인 편의점 혁신점포 1호점. AI 은행원, 바이오인증 등 첨단 기술 접목했다.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올해 10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 선보인 편의점 혁신점포 1호점. AI 은행원, 바이오인증 등 첨단 기술 접목했다. (사진 신한은행)

◆‘메타버스 점포’ 등장, 새로운 점포 혁신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대고객 채널의 경제성 관점에서 주목해야할 또 다른 모델이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는 무엇보다 가상공간, 메타버스에 친숙한 MZ세대등에게는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어쩌면 은행들은 화상상담 점포로의 진화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메타버스 점포로 직행할 수도 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되는 화상상담 점포보다 메타버스 점포가 훨씬 더 고객의 호응을 높게 이끌어낼 수 있다면 기존 점포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아직까지 메타버스 점포의 정형화된 모델은 없지만 각 은행들마다 각자의 관점에서 창의적인 메타버스 점포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21.12.6)우리은행이 선보인 ‘우리메타브랜치’.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상공인들이 실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1.12.6)우리은행이 선보인 ‘우리메타브랜치’.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상공인들이 실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2월 6일 글로벌 메타버스 전문업체인‘오비스(oVice)’와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상공인들이 실제 업무를 볼 수 있는 ‘우리메타브랜치’를 선보였다. 이는 ‘우리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를 메타버스로 구현한 것으로, 전담직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책금융대출, 상권·입지 분석, 각종 사업계획 수립 지원 등 소상공인을 위한 1대1 맞춤 컨설팅을 제공한다. 모바일 버전은 내년 상반기에 오픈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월 26일, 가상현실(VR)기술을 활용한 ‘KB 메타버스 VR브랜치’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KB 메타버스 VR브랜치는 가상공간에 실감나는 영업점을 구축한 것이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반의 UI와 인터렉션을 개발해 고객과 직원 아바타를 이용한 일대일 자산상담 기능 등 차별화 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VR브랜치는 크게 인트로, 메인홀, 개인종합창구, VIP라운지로 구성됐으며 인트로는 미래 KB금융타운을 이미지화했다. VIP라운지에서는직원아바타와 상담을 통한 투자성향분석과 포트폴리오 설계를 체험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1월말 킨텍스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메타버스 박람회에서 메타버스 기반의 금융체험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GS25 X 신한 스토어'의 경우, 신한은행 편의점 혁신점포를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해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점하게 될 편의점 공간을 미리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다만 국내 은행권에서 메타버스 점포는 일반 점포처럼 활성화하는데는 아직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일단 금융실명제 때문에 기존 창구 업무를 100% 전환하는데 한계가 있다. 메타버스 상에서 신뢰할만한 비대면 본인 인증 방식이 제시된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물론 메타버스 점포의 주된 역할을 기존 일반 점포에 100% 동일하게 매치시킬 필요는 없다. 메타버스 점포에서 훨씬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기능을 설정한다면 점포 전략차원에서 효과적인 디지털 혁신을 달성할 수도 있다.

30년전, 일본에서 들여온 CD(현금지급기),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시작으로 국내 은행권은 끊임없이 점포 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IT의 놀라운 발전으로 이제는 AI로 학습된 인공인간까지 등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다양하게 시도된 점포 혁신 모델중에는 실패한 것들도 적지않다. 비록 겉은 화려해 보였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오류와 실패가 있었다.

하지만 혁신은 본래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최적의 결과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화상상담 점포 도입 등 최근 빨라지고 있는 국내 은행권의 점포 혁신 노력들이 흥미로우면서도 기대를 갖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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