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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역설①] "테스트만 최소 6개월"…파운드리는 '호황' 중소 팹리스는 '울상'

- 팹리스 양극화 확대…평가 기준↑ MPW 규모↓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는 희비가 엇갈린다.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형 팹리스 위주로 물량이 할당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어서 팹리스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이 반도체 샘플을 파운드리 공장에 투입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다.

통상 규모 있는 팹리스 기업이 아니면 자체 클린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설계를 마친 칩 시제품 제작 시 파운드리 협력사가 필요한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샘플을 만드는 기간이 5배 이상 길어졌다. 주문을 넣어도 6개월은 기본이고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웃돈을 주더라도 거절당할 정도”라고 말했다.

팹리스 기업은 울상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소 팹리스를 찾는 가전·자동차 회사가 많아졌다. 벤더를 늘려 가격을 낮추고 물량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시제품 생산 단계부터 막히면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평가 기준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테스트와 양산 등을 위탁하는 조건이 까다로워졌다는 의미다. 제품 성능, 시장성, 생산 규모 등을 검토하는데 중소 팹리스로서는 모든 부문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생 팹리스가 기발한 제품을 설계했더라도 처음부터 대규모 주문을 받을 수 없다. 물량에서부터 대형 팹리스와 경쟁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테스트만 진행하려면 비용이 대폭 높아지는데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적에서 드러난다. LX세미콘 제주반도체 텔레칩스 등 일정 규모 이상의 팹리스 업체는 지난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거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중소 팹리스는 매출이 줄고 적자가 유지된 사례가 많았다.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 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점도 문제다. MPW는 한 장의 웨이퍼 위에 다양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여러 업체가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팹리스 비용이 줄어든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DB하이텍 등이 MPW 도입한 상태다.

다만 파운드리 주문량이 넘치면서 MPW 규모를 축소하거나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 및 테스트용으로 웨이퍼를 쓸 여력이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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