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D램 사상 최대 출하량…파운드리 매출 신기록 행진 - SK하이닉스, 낸드 흑자전환…수익성 확대에 초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서버 중심 반도체 수요 강세가 유지된 덕분이다. 양사 서브 사업인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부문이 분기 최대 매출을 거둔 점도 호재다. 다만 메모리 시장에 대한 전망은 사뭇 달랐다. 삼성전자는 불확실성, SK하이닉스는 수요 지속에 무게를 뒀다.
28일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실적발표 및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반도체 부문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매출액 26조4100억원 영업이익 10조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16%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45% 전년동기대비 81% 올랐다.
SK하이닉스는 K-IFRS 연결기준 2021년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8053억원과 4조1718억원으로 집계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14.4% 전년동기대비 45.2%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54.8% 전년동기대비 220.4% 상승했다.
이 기간 메모리 사업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삼성전자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D램 한 자릿수 초반, 낸드플래시 한 자릿수 중반이다. 평균판매가격(ASP)은 D램 한 자릿수 후반과 낸드 10% 증가했다. SK하이닉스 비트그로스는 D램 한 자릿수 초반, 낸드 20%대 초반이다. ASP는 D램 한 자릿수 후반, 낸드 한 자릿수 중반이다.
삼성전자는 D램이 분기 최대 수량을 경신했다. 매출로는 역대 두 번째로 높다. 메모리 비중(D램 71% 낸드 25%)이 압도적인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에 성공했다. 그만큼 메모리 업황이 좋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한진만 부사장은 “코로나19와 부품 공급 문제 등 부정적 환경에도 서버용 D램 판매 확대를 바탕으로 D램 전체 출하량이 분기 최대 수량을 경신했다”며 “낸드는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회복됐고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채용에 따라 고용량화가 진행돼 수요가 강세였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노종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최대 호황이었던 2018년 3분기 매출 규모를 뛰어넘었다는 건 메모리 수요과 가치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데이터센터 투자 등으로 강한 수요를 보인다”고 말했다.
양사는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능력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낸드를 제조하는 경기 평택 2공장과 중국 시안 2공장이 하반기 본격 가동했다. 일부 D램 라인을 이미지센서용으로 전환하는 일정을 늦추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라인 이천 M16과 낸드 라인 청주 M15 시설투자를 진행했다.
또 주목할 부분은 첨단공정 확대다. 양사는 15나노미터(nm) 내외 D램과 128단 낸드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고 관련 공정 수율이 상당 부분 올라가 원가절감도 이뤄냈다. 향후 두 회사는 극자외선(EUV) 기반 14nm 내외 D램과 176단 낸드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모리는 분야별로 흐름 차이가 있었다. 서버 호조로 가려졌으나 모바일과 PC 제품은 전 세계적인 부품 수급 이슈 등으로 일부 차질을 빚었다. ▲물류대란 ▲중국 전력난 등으로 당분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서버의 경우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상용화에 따른 메모리 교체 수요가 긍정 요소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양사는 각각 파운드리와 낸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미국 오스틴 공장 중단 사태가 있었던 1분기를 제외하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는 평택 S5 라인 양산 확대 및 글로벌 고객사용 첨단공정 제품 공급 확대 덕분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한승훈 전무는 “4분기에도 선단 공정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매출 신기록이 가능할 듯하다. 4nm 2세대 핀펫(FinFet) 제품 생산도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8인치 및 컨슈머 제품 수요 견조 등으로 공급 부족 현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이 선전했다.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원가경쟁력 강화가 한몫했다.
노 CFO는 “낸드는 당초 계획보다 빠른 3분기 128단 제품 비중이 전체 생산의 75% 이상을 달성했다. 낸드 매출액은 분기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하는 등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라며 “흑자전환뿐 아니라 이익률도 크게 개선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4분기 및 내년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부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유연한 대응을 강조했다. 다만 세부 전망에는 차이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부품 수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메모리 가격 협상 난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 사이클이 안정화한 만큼 시장의 우려는 지나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응용처 다변화 ▲메모리 공정 난이도 상승 ▲서플라이 및 리스크 관리 능력 향상 등이 과거 대비 큰 폭의 하락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다.
최근 주가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외 금융업체 등이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SK하이닉스 매수세가 이어졌다. 메모리 업체의 긍정 시그널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투자,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부지 선정 단계로 연내 투자가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정부 승인만 남았다. 차질 없이 인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