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매뉴얼이나 시스템은 다 갖춰져 있는데 현장에서 작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는 다른 기술적 대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허성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2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열린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 TF’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지난 10월 25일 발생한 KT의 대규모 네트워크 장애발생 사태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TF 1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TF 단장을 맡은 과기정통부 허성욱 네트워크정책실장과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주요 통신사 관계자와 SK브로드밴드, LG헬로비전,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및 업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허 실장은 “이번 사고는 한 시간 반 정도 지속됐는데 시간보다는 전국 규모라는 것이 문제였다”며 “특히 지난 아현 사태 이후 마련된 통신 재난 로밍 시스템은 이번과 같은 전국 단위 통신 장애에는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통신 장애 발생 시, 타 통신사의 망을 로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응책은 지난 2018년 KT 아현 화재 때처럼 특정 지역에서 장시간 발생한 사고에선 효과적이지만 전국 단위 장애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사업자가 전국 단위 코어망 로밍 시스템을 세 개씩 들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비효율적이고 비상식적인만큼, 현재 로밍 시스템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또, 통신 장애 재발방지책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실장은 “이번 사고는 매뉴얼이 실제로 작동이 잘 안된 부분에 허점이 있는 것인데, 아현 사태 이후 제도적인 부분은 할 만큼 했다”며 “모든 안을 제도화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기술적 조치 등에 대해 선별적으로 선택하고 어디까지 제도화할 것인지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회의에선 현장실태 점검을 네트워크 품질 조사 시 포함시켜 보완하는 방안과 물리망 이중화 이외에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이나 소프트웨어 중심 네트워크 등 진화하는 망 시스템에 대한 투자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번 KT 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외주와 관련해선 관리 책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전했다. 허 실장은 “외주를 줄 수 있는 레벨을 구분해 매뉴얼을 실행하는 사업자도 있다”며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에 손들고 건너는 상식과 마찬가지로 라우터 작업을 외주 줄 수는 있지만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등 타사의 모범 사례가 많이 공유됐다”고 말했다.
그는 “KT도 현재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진정성 있는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전폭적인 실행의지를 보였다”며 “다른 사업자들 역시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으며 KT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TF는 12월 초까지 약 1개여월 간 수시로 모여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허 실장은 “네트워크 안정성, 신뢰성 관련한 방안을 한 번에 끝낼 수는 없으니 1달 후에도 TF라는 이름이 유지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며 “다만 사업자들도 비상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수시로 자료를 온라인으로 주고 받으며, 어떻게 실수를 줄이고 시스템이 작동하게 하고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