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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장애’ KT, 1인당 보상 고작 ‘1000원’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가 지난달 25일 발생한 유무선 통신장애와 관련해 피해보상안을 내놓은 가운데 보상 실효성을 두고 말들이 나온다.

일각에선 개별 피해 보상액이 너무 적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현재 추정되는 KT 가입자 1인당 보상액은 1000원 내외, 소상공인은 7000~8000원 정도가 지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장애가 짧은 시간 전국 규모로 발생했다는 점, 약관상 보상 의무가 없음에도 도의적인 책임을 졌다는 점에서 KT도 나름 전향적인 안을 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일 KT는 KT광화문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지난달 29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마련한 유무선 통신장애 관련 재발방지책과 피해보상안을 발표했다.

관심이 모아진 피해보상안은 우선 개인·기업 가입자의 경우 장애 발생 시간인 89분의 10배인 15시간을 보상 기준으로 삼았다. 요금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달 최종 납부금액(선택약정 할인금액 포함)이 5만원일 경우 총 감면액은 1000원 안팎이 된다.

KT 인터넷과 IP형 전화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은 이와 별도로 보상을 받는다. 이용 중인 서비스 요금의 10일치가 감면될 예정이다. 월 2만5000원 요금제 기준 소상공인 한명당 7000~8000원가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선에 따라 중복 수령도 가능하다.

다만 이는 평균액 추산이며, 각 가입자와 소상공인들이 받는 구체적인 보상 액수는 어떤 상품과 요금제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피해 대비 보상액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시간가량 지속된 장애로 기업·학교 일선은 물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특히 배달앱과 결제포스(POS)기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손해를 입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KT 입장에서도 약관과 관계 없이 10배 보상안을 내놓은 것이 나름 최선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의 올해 약관 기준으로는 통신장애가 3시간 이상 발생할 경우 또는 한달 누적 6시간이 넘을 경우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89분의 장애를 일으킨 KT는 사실 약관상 보상 의무가 없지만, 이번엔 도의적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또한 장애 시간이 짧았고 전국적 범위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KT가 지급키로 한 보상 총액은 최대 400억원에 이르지만, 피해 범위가 워낙 넓었던 만큼 개별 가입자에는 소액으로 지급돼버린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 지역에 집중됐던 지난 KT 아현국사 화재 때는 소상공인에 70억원가량 보상이 이뤄졌다.

과거 다른 통신사들의 피해보상 규모와 비교해보면, SK텔레콤의 경우 2018년 4월 통신장애 발생 후 실납부 월정액의 2일치를 보상했다. 고객당 보상액수는 요금제별로 최저 600원선이었고 SK텔레콤이 지급한 총액은 220억원 정도였다. 그 이전인 2014년에는 5시간이 넘는 장애가 발생해 SK텔레콤 역시 10배 보상을 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8월 LG유플러스의 데이터망이 약 9시간 동안 먹통됐을 때에는 가입 요금제에 따라 1000~3000원의 요금 감면이 이뤄졌었다.

박현진 KT 네트워크혁신TF 전무는 “보상 기준은 약관에 관계 없이 정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개인 고객엔 10배 특히 소상공인은 피해가 많았던 만큼 10일치 요금 감면 기준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 측에선 아직 추가 보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KT는 전담 지원센터를 이번 주 중 오픈하고 2주간 운영하면서 피해 사례를 접수받을 예정이다. 이번 일괄 보상과 별개로 개별 민원 접수 후 추가 보상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이번 장애 사태가 KT의 관리 소홀로 빚어진 만큼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과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과 1만원도 되지 않는 요금 감면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존 약관이 통신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고속인터넷은 2002년에 정보통신부가 초고속인터넷 품질보장제(SLA)를 도입하면서 기존 4시간 기준을 3시간으로 강화해 약관에 명시하도록 했고, 이동통신은 2001년에 통신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기존 6시간 기준을 3시간으로 약관에 정한 것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 역시 이와 관련해 “약관상 3시간으로 돼 있는 건 오래 전에 마련된 것으로, 현재 비대면 사회 들어 통신에 의존하는 서비스가 많은 시점에선 좀 더 개선돼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KT를 비롯한 통신3사와 정부는 현실에 맞는 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진 KT 전무는 “약관 보상 기준이 올드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약관 개정에 관해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타 통신사들과 규제기관이 함께 전향적으로 선진화된 기준들을 조속히 마련토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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