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가 지난달 25일 발생한 유무선 통신 장애와 관련해 재발방지책과 피해보상안을 내놨다. 이번 보상 규모는 KT가 추정컨대 350~4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KT 아현국사 화재 때보다 4배 이상 커진 규모지만, 전국 단위 장애였던 만큼 개별 피해 보상액은 소액에 그칠 전망이다.
◆ 개인 가입자 1000원 내외 감면·소상공인은 8000원가량
1일 KT는 KT광화문사옥에서 설명회를 마련,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서창석 KT 네트워크혁신TF장과 임원진들은 “인터넷 장애로 고객 서비스 불편을 초래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관심이 모아진 피해보상안은 우선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의 경우 장애 발생 시간인 89분의 10배인 15시간을 보상 기준으로 삼았다. 15시간치 요금 감면은 이용 중인 요금제와 할인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할인된 요금의 경우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데, 공시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 할인은 예외다. 결과적으로, 한달 납부액 5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총 감면 금액은 1000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KT 인터넷과 IP형 전화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은 이와 별도의 보상을 받는다. 이용 중인 서비스 요금의 10일치가 감면될 예정이다. 소상공인은 해당 서비스를 사업자등록번호로 가입한 고객이나 부가세 신고 등 KT에서 개인사업자로 관리하고 있는 회선 고객이 해당된다. KT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감면 받는 금액은 월 2만5000원 요금제 기준 7000~8000원이 될 전망이다. 회선에 따라 중복 수령도 가능하다.
일각에선 피해 대비 보상금이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별 가입자당 1000원 안팎, 소상공인 기준 8000원선의 요금 감면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아현국사 화재 당시 KT는 개별 가입자에는 1만원의 한달 요금 감면을 시행했다. 또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대상 서비스 장애복구 기간에 따라 1~2일 40만원, 3~4일 80만원, 5~6일 100만원, 7일 이상 1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T가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보상액은 70억원에 이른다.
다만 서울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최장 이틀간 이어졌던 아현 화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장애 시간이 짧았고 전국적인 범위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이번 사태로 KT가 지급하기로 한 보상 총액은 최대 400억원에 이른다. 또한 89분의 장애로 실제 약관상으로는 보상 의무가 없지만, KT가 도의적인 책임을 안고 약관과 관계 없이 보상안을 마련한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박현진 네트워크혁신TF 전무는 “보상 기준은 약관에 관계 없이 정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개인 고객엔 10배 특히 소상공인은 피해가 많았던 만큼 10일치 요금 감면 기준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는 피해 기준과 범위가 다양한 만큼, 일괄 보상과 별개로 개별 민원 접수 후 추가 보상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보상금액은 접수 절차 없이 12월 청구되는 11월 이용 요금분에서 일괄 감면한다. 대신 KT는 전담 지원센터를 이번 주 중 오픈하고 2주간 운영한다. 지원센터는 별도로 구축 예정인 전용 홈페이지와 전담 콜센터로 병행 구성된다.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보상기준과 대상 및 보상금액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 KT, “기본 원칙부터 지키겠다”…재발방지책 발표
KT는 이번 통신 장애가 발생한 원인으로 야간에 진행해야 할 작업을 주간에 KT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 사전 검증단계에서 협력사 오류로 인한 명령어 누락을 파악하지 못한 점, 잘못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정보가 엣지망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된 점을 들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전까지 작업준비 단계에서만 적용했던 테스트베드를 가상화해 전국 각 지역에서 새로운 라우팅을 적용하기 직전 최종적으로 테스트한 이후 실제 망에 적용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실제 망에 적용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 모든 센터망과 중계망 및 일부 엣지망에 적용 중인 라우팅 오류 확산방지 기능(정보전달 개수 제한)을 모든 엣지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엣지망에서 발생한 라우팅 오류가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선과 무선 인터넷 장애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형태의 백업망을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KT는 작업관리와 관련해서는 기본 절차를 철저히 준수(Back to the Basic)하는 한편 ‘현장작업 자동통제 시스템’을 도입해 체계적인 재발방지에 나선다. 1단계는 작업자가 주요 명령어를 입력할 때 OTP(1회용 패스워드)로 관리자가 승인하도록 해 관리책임을 강화한다. 2단계는 네트워크 관제센터에서 미승인 작업 여부를 실시간 자동으로 모니터링해 위험요소를 차단한다. 3단계는 관제센터에서 KT 직원의 작업 참여를 인증한 후 실제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단계별 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서창석 네트워크혁신TF장 전무는 “KT는 표준 작업 절차서가 있고, 신규 네트워크를 적용할 때는 협력사가 그 표준 작업 절차서에 따르는 것으로 계약상에 돼 있다”며 “1차적 잘못은 협력사에 있지만 2차적으로는 KT가 잘못된 부분을 검증하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KT 구현모 대표는 “KT를 믿어주신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신속히 재발방지대책을 적용해 앞으로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