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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카드에 카드번호가 없다고?…‘힙한 은행’ 토스뱅크 써보니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분명 은행인데, 금융권 종사자보다도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나 마케터가 참고할 만한 사항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사실은 불필요했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MZ세대를 저격한 ‘힙한 은행’, 토스뱅크를 써본 간단 후기다.

◆예금 대신 ‘모으기’, 대출 대신 ‘빌리기’…눈에 띈 UX

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지난 5일 정식 출범했다. 출범 전부터 사전가입 신청자 110만명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시작은 다소 삐걱거렸다. 출범일에는 사전신청자 1만명을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오픈했고, 이후 서서히 대상자를 늘려나가는 방식을 택한 탓이다.

이때 친구를 초대하면 가입할 수 있는 순위가 앞당겨진다.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토스뱅크의 이 같은 방식을 ‘번호표 논란’으로 묘사했다. 배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번호표가 없어야 하는 건데, 토스뱅크는 번호표를 주고 줄 세우기를 시켰다”며 “줄 서서 먹는 식당에 친구를 데려오면 새치기해서 먼저 먹게 해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4명을 초대한 기자의 순위는 1만 200번대였다. 체험 기사 작성을 위해 최대한 순위를 앞당기고자 했으나 1만번째 밑으로는 좀처럼 앞당겨지지 않았다. 결국 출범 둘째 날 가입이 가능했다.

가입할 때부터 얼마나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써봤다. 전날 토스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사용자 관점’이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어려운 용어를 쉽게 바꿨고, 다른 은행에선 여러 개로 나눈 상품도 토스뱅크에선 일원화했다는 게 요점이었다.

역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용어였다. 토스뱅크는 예금 대신 ‘모으기’, 대출 대신 ‘빌리기’라는 용어를 썼다.

이후 사용해본 매 기능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용어들이 자리했다. 통장을 만들어 돈을 넣을 땐 ‘입금하기’ 대신 ‘얼마를 보관할까요?’라는 문장이 나왔다. 그동안 토스를 쓰며 얻었던 포인트가 6600원어치 있어서 우선 6600원을 보관해봤다. 6600원에도 연 2% 이자가 붙는다는 게 신기했다. 예금 상품도 2% 통장 한 개뿐인 게 이례적 시도로 보였다.

통장을 만들면 금액에 상관없이 보관이 가능하다./토스 앱 화면 캡처
통장을 만들면 금액에 상관없이 보관이 가능하다./토스 앱 화면 캡처
대출한도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따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심사가 시작됐다. 심사 도중에도 ‘ㅇㅇㅇ님의 신용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어요’라는 최대한 친절한 문구가 떴다.

빠른 가입을 위해 친구를 초대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UX에 극도로 신경 쓴 기능들을 확인하면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꼈다. 분명 은행인데 UX 디자인의 관점에서 참고할 사항이 많다고 느낀 이유다.

◆카드번호 없는 카드, MZ세대 트렌드 짚었다

제일 신기했던 건 카드였다. 4가지 컬러를 선택할 수 있었고 블랙핑크가 연상되는 ‘나이트핑크’를 골랐다. 단순한 포인트이지만, 카드를 360도 이미지화면으로 돌려볼 수 있는 점도 특별했다. 보통 카드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능이다.
360도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카드를 볼 수 있다./토스 앱 화면 캡처
360도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카드를 볼 수 있다./토스 앱 화면 캡처
놀란 건 카드를 받고나서였다. 카드번호가 없었기 때문이다. 카드번호는 토스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오프라인에서는 카드번호를 쓸 일이 없다. 주로 온라인에서 티켓을 예매할 때 입력하는 게 카드번호와 CVV번호다. 불필요한 부분을 단순화했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평소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은 필요 없었다는 걸 알게 해준 셈이다.

토스뱅크 화면에서 ‘토스뱅크 카드’를 누르면 카드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카드번호 복사’ 기능도 있다. 카드번호를 쓰는 건 온라인뿐이므로 최대한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카드번호는 앱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토스 앱 화면 캡처
카드번호는 앱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토스 앱 화면 캡처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새로운 은행’이기 전에 ‘힙한 은행’이었다. 불필요한 건 줄이고 어려운 건 쉽게 바꾸는 것. MZ세대 트렌드에 맞는 이런 느낌을 ‘힙하다’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수수료가 없다는 파격적인 혜택만 빼면 예금, 대출 등 상품 자체는 기존 은행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다. 다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과정에 군살이 전혀 없다는 게 핵심이다. 사용자 관점을 지향하는 토스뱅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쉬운’ 금융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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