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올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거론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게임업계와 학회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강화하며 이용자들의 신뢰를 찾겠다고 어필하고 있지만, 학회와 일부 의원들은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구매하는 아이템 중 종류,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단순한 뽑기형 아이템부터 기존의 아이템을 더 강하게 만들거나, 여러 아이템을 조합 혹은 수집해 최종 아이템을 갖게 하는 변형된 확률형 아이템(컴플리트 가챠)까지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게입업계는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BM)을 구축해 이용자들에게 판매해왔다. 또, 이용자들에게 이에 대한 확률 공개 등 지난 2017년부터 자율규제를 해오고 있었다. 다만 올해 초 넥슨 ‘메이플스토리’ 등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지며 이용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등은 오늘(5일) 국회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날 정무위 의원들은 메이플스토리 내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조작 사건 등을 집중 질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종적으로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오는 21일 종합감사에 앞서 넥슨 임원진 한 명, 메이플스토리 실무진 한 명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문체위 국감에서는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이 자율규제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오는 12월1일부터 정보 공개 수준을 강화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협회가 내놓은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에 따르면 확률형 콘텐츠 대상은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로 확대된다.
기존 자율규제 강령에서 적용되던 확률형 아이템 기획 시 금지 조항과 준수 사항은 현행과 동일하게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사후관리는 기존과 같이 자율규제평가위원회에서 수행할 계획이다. 협회 측은 이행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자율규제 준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한국게임학회는 자율규제 및 강화에 대한 실효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문체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4년 동안 실시돼왔던 자율규제 방안이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국감을 계기로 확률형 아이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게임법 개정안을 조기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학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이 회생하고 발전할 방법은 확률 공개가 1차적인 방안이 돼야 하며, 사행성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당장 확률형 아이템을 없애는 게 어렵다면 로또보다 낮은 확률을 지양하고, 무료 아이템을 대폭 늘리거나 광고 모델, 월정액 등 다양한 BM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황희 장관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는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대안이 분명 나와야 되는 것은 사실이며, 업계와 이야기를 더 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은 “자율규제를 하면서 꾸준히 사회적 소통을 중시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면서 “게임사들과 논의해봐야 하는 부분이며,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