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난 7월 소비자 수리권 보장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그동안 애플이 불명확한 사유로 수리 여부를 판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상희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휴대폰 제조사별 점유율은 삼성전자 63.4%, 애플 23.5%다.
그간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20%→25%) 및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2017년 대비 2019년 가계통신비가 월 1만5000원, 연 18만원 인하 효과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성과에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희 부의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계통신비는 매달 통신 이용료 외에도 단말기 수리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수리비를 보니 애플 아이폰의 평균 수리비가 삼성의 2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별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아이폰 액정 단품 수리에만 39만6000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과도한 수리비 때문에 소비자들이 통신사 혹은 제조사가 출시한 휴대폰 보험을 추가로 가입하게 돼 결국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 이상으로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김상희 부의장이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애플 단말기 관련 피해구제 자료(2017년~2021년 6월)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 수리 불가 사유에 대한 근거 제시를 대외비라는 이유로 회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희 부의장은 “애플의 폐쇄적 AS 정책, 그리고 독점적 지위의 남용으로 고액의 수리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불가피하게 사설업체나 자가수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애플은 무단개조 흔적이 있는 기기는 수리를 제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단말기 수리비를 포함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의원실에서 지난 9월 발의한 단말기 수리권 보장법안(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서 가계통신비 인하 과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