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시스템통합(SI) 분야는 다양한 IT 요소 기술과 시스템 구현 기술의 집합체다. 이 때문에 SI는 IT산업의 종합 예술로 불린다.
지멘스, 액센츄어, 타타그룹 등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 IT회사들의 주력 사업이 이같은 SI를 기반으로 하는 IT서비스이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국내 SI시장의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SI분야는 고질적인 저가수주 경쟁에 의한 ‘저부가가치 시장’, ‘경기에 민감한 시장 특유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때문에 저평가돼왔다. 그동안 SI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위해 공공 IT사업의 발주 관행이 변화했고, 또 SW산업진흥법의 개정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시장에는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런데 만약 이같은 SI사업의 고질적인 단점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SI사업 모델이 제시된다면 시장의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까.
즉, 저가 수주 경쟁없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고, 또 시장의 불확실성을 걱정할 필요없이 지속적인 후속 사업 수주를 보장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사업 경쟁력을 갖춘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렇게 된다면 SI는 더 이상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환골탈태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회사가 바로 국내 핀테크 기업인 핑거(대표 박민수)이다.
◆디지털 금융 및 핀테크 플랫폼 구축 시장 '초호황'속, 핑거의 시장 지배력
핑거는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355억6600만원중 거의 90%인 318억8800만원을 시스템 구축(SI) 부문에서 올렸다.
지난 2020년 연간 SI사업 매출이 508억6500만원, 또 그 보다 앞선 2019년 50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시스템 구축 부문의 매출은 창사이래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핑거가 수주한 사업은 각종 마이데이터시스템 구축 사업을 비롯해 ▲우리은행 WON뱅킹 전담개발을 통한 고도화 사업 77억원, ▲신한은행 차세대(더 NEXT 시스템) 구축 53억원 ▲신한은행 음식 주문 중개 O2O 플랫폼 구축 65억원 ▲수출입은행 대고객 디지털플랫폼 구축 40억원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단순히 시장 상황에 따른 매출액의 증가가 아니라 국내 '핀테크 및 e금융 플랫폼'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SI)시장이 가진 특수성이다.
SI는 워낙 광범위한 영역이기때문에 전체를 가지고 부분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핀테크 및 e금융 플랫폼' 구축 시장을 좁혀 놓고 본다면, 이 분야는 향후 4~5년간 슈퍼 사이클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 분야에서 핑거가 가진 시장 지배력이 중요하다. 구축 경험과 기술력에서 핑거와 직접 경쟁할 만한 회사가 거의 없다고해도 무방하다.
과거 웹케시가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 등 e금융 SI시장을 놓고 경쟁했으나 5~6년 전 금융 SI사업에서 손을 떼고 비즈플레이 등 금융플랫폼 서비스 영역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이후 핑거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핑거는 20년전부터 국내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특히 최근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비즈니스가 정부의 규제 강화로 급제동이 걸린것도 핑거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이다. 그만큼 시장이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몇몇 특정 거대 빅테크로 흡수되지 않고, 금융권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 구축 수요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차별화된 기술력, SI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탈바꿈하는 비결
핑거의 영업이익율을 보면, 일반적으로 SI 주력으로하는 IT서비스회사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율이 높다는 것은 저가 수주없이 제값받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핑거의 영업이익율은 5.51%, 순이익율은 5.83%이다. 그보다 앞선 2019년에도 영업이익율이 7.81%, 순이익율은 5.29%다. 동일한 시장 영역이 아니기때문에 핑거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SI를 주력으로 하는 여타 IT서비스 회사들의 영업이익율은 1~2%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안정적인 영업이익율은 핑거의 높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핑거는 올해 8월말 기준으로 210명의 IT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다. 특급 기술자 32명을 비롯해 고급 75명, 중급 54명, 초급 49명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e금융 및 핀테크 플랫폼 구축 분야의 IT개발자를 육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이같은 탄탄한 IT개발 인력 풀을 완성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발주만 기다리는 '천수답' 모델 탈피…구축후 시스템 운영까지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
핑거가 수행하는 SI사업의 특징중 하나는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추가로 매출이 이어지는 구축 및 운영(operating)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e뱅킹및 핀테크 플랫폼 시스템 분야는 워낙 기술 혁신 속도가 빠른데다 신속한 시장 대응이 요구된다. 그렇다보니 시스템 구축을 발주한 금융회사가 아예 핑거에게 운영 아웃소싱까지도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핑거가 공개하고 있는 '우리은행 전담반', '신한은행 전담반' , 'IBK기업은행 상시운영반' 등이 바로 이러한 운영 아웃소싱 사업들이다.
이처럼 핑거는 SI사업 종료이후 운영 아웃소싱 서비스로 2차 사업을 창출하는 방식의 연속 비지니스 모델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핑거의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자체 개발한 SW기술로 SI 수행, 향후 재발주시 수주 가능성 높여
핑거의 특징중 하나는, 여타 SI 기업들과는 다르게 자체 개발한 e금융 및 핀테크 SW를 적용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회사라는 점이다.
자체 개발한 고품질의 SW들을 직접 적용하기때문에 SI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핑거는 스크래핑솔루션인 BIG, 모바일 프레임웍 OS인 '오케스트라', CMS 등 다양한 자체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SI 사업은 그 특성상 3~4년후 시장 상황에 업그레이드하기위한 '고도화' 사업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사업이 재발주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시스템에 SW를 공급한 핑거가 다시 고도화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국내 SI사업들은 더 이상 대규모의 빅뱅식 발주가 아니라 부분 개선을 통한 고도화 사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트랜드는 보다 안정적으로 핑거가 수주 불확실성을제거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신사업, 글로벌시장 확장…앞으로 지켜봐야할 관전 포인트
핑거는 SI 매출 비중이 크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전통적인 SI기업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운 기업이다. 사업 내용을 보면 SI와 SW, 국내외 IT서비스 영역이 골고루 혼재돼 있다. 여기에 e금융 및 핀테크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의 사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 구축한 플랫폼위에 메타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핑거가 어떻게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앞으로 지켜봐야할 새로운 관전포인트이다. SI를 통한 다양한 레퍼런스는 향후 이러한 서비스 모델과 접목될 수 있을때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핑거는 (주)핀테크 등 6~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핑거를 또 다른 핀테크 기업인 웹케시, 쿠콘 등과 비교한다. 하지만 핑거는 웹케시와는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 쿠콘은 마이데이터 중개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핑거와 직졉적인 경쟁 구도는 아니다. 핑거는 자회사인 (주)핀테크를 통해 쿠콘과 같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주)핀테크가 쿠콘과 직접 경쟁 관계이다.
향후 핑거가 관련 자회사들과 비즈니스 플랫폼 전략을 어떻게 짜내는지가 현재로선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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