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막는 인앱결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이는 지난해 7월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발의를 한 지 약 1년 만의 결과물이다.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야당의 반대와 더불어 미국과의 통상마찰, 정부부처간 중복규제 우려 등이 제기되며 수차례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세계 첫 앱마켓 규제가 현실화 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해소를 위한 시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신중론’ 야당 반대에 1년여 진통
인앱결제방지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지난해 7월.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조승래·한준호·홍정민(이하 더불어민주당)·박성중·조명희·허은아(이하 국민의힘)·양정숙(무소속) 의원이 줄줄이 법안을 발의했다. 세부적으론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 등 불공정행위를 막는 데 초점을 뒀다.
당시 구글은 자사 앱마켓인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국내 모든 디지털콘텐츠에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 30%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9월 공식화했다. 신규 앱은 2021년 1월부터, 기존 앱은 그해 10월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앱결제방지법 통과는 요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작년만 해도 법안 처리에 여당과 함께 발을 맞췄지만, 국정감사 막바지에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여당과 대립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를 비롯해 법안의 유불리와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 美도 앱마켓 규제…통상마찰 우려 씻어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론이 힘을 얻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얼마 전 미 상원에서는 대형 앱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하원에서도 동반법안이 발의됐다. 연방 차원에서 인앱결제를 겨냥한 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앱공정성연대(CAF) 마크 뷰제 창립임원은 지난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회 민주당 과방위-CAF 정책간담회’에서 “미국에선 약 15개 주에서 앱 생태계 규제 입법안이 발의됐는데,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모두 한국에서의 성과를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이 인앱결제방지법에 대해 한미 FTA에 위반된다며 반대 견해를 내비쳐온 것에 대해서도, 여당은 “인앱결제방지법이 국내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국민 대우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 인앱결제방지법 드라이브 건 여당
위기감을 느낀 구글은 유화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구글은 인앱결제 의무화 적용 시기를 당초 올해 1월에서 10월로 연기했고, 이어 올 3월에는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연매출 100만달러(한화 약 11억3500만원)까지 수수료를 절반으로 인하하고, 그 이상 기업에는 기존 방침대로 30%를 적용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상당수 앱 개발사와 콘텐츠 업계는 국내 앱마켓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구글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부당하게 인앱결제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강력히 지적해왔다. 또한 수수료 적용시 콘텐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 결국 생태계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여당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이 적용되는 시점인 10월 이전에 법안 통과를 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 주도로 인앱결제방지법 6건을 병합한 안건조정위원회 대안을 지난달 20일 오후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 중복규제 갈등 안고 본회의 무난한 통과
법안이 과방위를 통과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로 공이 넘어가자, 마지막 관문으로 중복규제 논란이 대두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현행 공정거래법과 일부 중복된다며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 인앱결제방지법의 소관부처가 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여기에 반박하며 부처간 소관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공정위는 인앱결제방지법에서 ▲다른 앱마켓에 모바일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 것이 공정거래법의 반경쟁·반차별 조항과 중복된다고 주장했고, 결국 해당 조항 2개는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최종 삭제됐다.
이후 인앱결제방지법은 법사위 문턱을 넘어 국회 본회의에 상정,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 심화에도 최종적으로는 무난한 통과에 성공했다. 다만 공정거래법과의 중복규제 논란이 제기된 조항이 제외됨에 따라,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 주도권을 둘러싼 공정위와 방통위간 충돌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