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IT유튜버 ‘잇섭’이 쏘아 올린 공이 나비효과처럼 번졌다. KT 10기가 인터넷 속도를 폭로하는 영상으로 시작한 이번 논란은 국회를 거쳐 정부 조사로 이어져, 결국 통신사 제재와 함께 제도개선을 끌어냈다.
이제 10기가 인터넷 최저보장속도는 최대속도 대비 약 30% 수준에서 50%로 상향된다. 최저보장속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요금은 자동 감면된다. 이용자 고지도 강화된다.
◆KT 10기가 인터넷 서비스 실제 속도 ‘100메가’ 폭로=이번 논란은 IT유튜버 잇섭이 지난 4월 KT 10기가 인터넷 서비스 실제 속도가 10기가(Gbps)가 아닌 100분의 1 수준인 100메가(Mbps)에 그친다는 폭로에서 시작됐다.
10기가 인터넷 요금제는 월 8만8000원이지만, 이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셈이다. 100메가 속도를 제공하는 인터넷 요금제는 월 2만2000원 수준이다. 이에 잇섭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속도 측정 결과를 알렸다. KT 고객센터에 전화해 원격조치를 받자마자 제대로 된 속도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설명은 없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KT 구현모 대표 사과에도 일파만파…국회부터 정부까지 팔 걷어=잇섭은 인기 유튜버인 만큼 대중 사이에서 인터넷 속도 품질 논란이 빠르게 퍼졌다. 이에 KT는 10기가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 설정에 오류가 발견됐다고 설명하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구현모 KT 대표까지 나섰다. 구 대표는 요금감면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많은 분이 KT 기가 인터넷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한데, 이런 일 벌어진 점 죄송스럽다”며 “인터넷 품질에 최선을 다해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만들어내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한 번 불붙은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할 것 없이 통신3사로 확대해 인터넷 품질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전수조사까지 언급했다. 방통위는 고의적 인터넷 속도 저하, 이용약관에 대한 보상, 인터넷 설치 절차 등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점검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용약관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통위, KT에 5억원 과징금 부과=결국 KT는 방통위 조사 결과 제재를 피할 수 없었다. KT뿐 아니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도 시정명령을 받았다. KT는 시정명령뿐 아니라 과징금 5억원도 부과받았다.
방통위는 조사 결과, KT가 10기가 인터넷 속도를 고의적으로 저하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10기가 인터넷 서비스 개통관리시스템을 수동방식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설정 오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잇섭을 포함한 24명, 36회선이 해당 오류를 겪었다.
하지만, 인터넷 개통처리 때 속도를 측정하지 않거나, 측정하더라도 이용약관상 최저보장속도에 미달했음에도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개통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기술상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면 이용자에게 별도로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속도보다 낮은 속도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금지행위 위반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21일 열린 전체회의를 통해 “고의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나, 고객센터 대응이 미흡했고 사회적 파장이 있었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저보상속도 못 미치면 자동 요금 감면=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제도개선에도 나섰다. 다음달 KT를 시작으로 10기가 인터넷 상품 최저보상속도는 최대속도 대비 약 30%에서 50%로 상향된다. 또, 통신3사 가입자는 최저속도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별도 보상신청 절차 없이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이용자가 별도 속도 측정을 하지 않더라도 통신사가 매일 모니터링해 문제 발견 때 해당 고객에게 자동으로 요금을 감면하도록 시스템도 개선한다.
인터넷 상품명도 변경된다. 현재 통신사 10기가 상품에는 10기가 인터넷뿐 아니라 2.5기가, 5기가 인터넷도 포함돼 있다. 5기가 인터넷임에도 10기가로 오인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는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최저속도보장제도와 함께 속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 등을 안내 받는다. 방통위는 각 통신사에 인터넷 속도 관련 보상센터를 연말까지 운영하도록 했다.
◆KT, 인터넷 품질 향상 위한 프로세스 개선 계획 발표=이와 관련 KT는 인터넷 서비스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KT는 8월부터 최저보장속도를 50%로 상향한다. 기존 최저보장속도는 ▲최대속도 10기가 상품, 3기가 ▲5기가 인터넷, 1.5기가 ▲2.5기가 인터넷, 1기가였다. 상품명 체계도 최대속도 중심으로 개편한다.
가입 신청서에 최저속도 보장제도를 상세하게 고지하고 이용자 확인 서명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했으며, KT 홈페이지 내 요금제 안내 페이지 하단에 속도 관련 안내 사항을 강조했다. KT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신규 가입 또는 상품을 변경하는 고객에게 발송되는 문자메시지에 “최저속도 보장제도에 따라 최저속도 미달 시, 보상 신청이 가능합니다”를 추가했다.
고객이 홈페이지 내 ‘인터넷 품질 보증 테스트 페이지’에서 속도를 5회 측정한 결과가 최저보장속도보다 3회 이상 낮게 나올 경우, 당일 요금을 감면한다. 사후서비스(AS) 기사 현장점검을 신청하는 기능은 이르면 10월 적용된다. 10월부터 고객이 가입한 서비스 속도 정보와 KT가 운영하는 인터넷 장비 설정값이 다를 경우, 점검 시스템이 먼저 찾아내 자동으로 요금을 감면한다. KT는 단계적으로 기반시설 내 신형 장비 교체를 통해 서비스 품질 만족도를 높인다.
◆시민단체, 제도개선안 마련 ‘다행’=참여연대와 KT새노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통신4사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과징금 처분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이러한 행위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강제준공이나 허수경영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결국 하청업체와 현장 노동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것”이라며 “KT 이사회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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