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네이버는 2019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독점 생중계했다. 14만명의 동시접속자가 몰린 당시 방송은 네이버클라우드가 가진 기술력을 입증하는 실험무대가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큰 무대에서 고품질 영상·음향을 안정적으로 송출한 경험을 토대로 네이버는 국내 라이브커머스(라방)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승진 네이버클라우드 PaaS 상품기획 담당은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BTS 공연 생중계와 라방은 ‘클라우드’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온프레미스였다면 어려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라이브 서비스와 클라우드, 찰떡궁합=김승진 담당은 “온프레미스 환경이라도 방송 중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상되는 트래픽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를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이를 온프레미스로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든다. 한 번 구축한 서버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가성비’가 빵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반면 클라우드는 트래픽이 집중될 때 확장하고, 트래픽이 적을 때는 축소하는 유연성을 제공하기에 빠른 시일 내에, 적은 비용으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며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이점에 대해 소개했다.
라방과 같은 라이브 서비스는 방송 시간대에만 접속자가 몰리고 이외에는 트래픽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클라우드와 궁합이 잘 맞는 커머스 모델이다. 고화질의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트래픽 사용량이 높다는 점도 클라우드와 어울린다.
서버만 갖춰진다고 해서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된 콘텐츠를 적합한 포맷(Format)으로 변환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전송하는 기술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콘텐츠의 생산 및 가공을 하는 오리진 서버와 사용자 사이에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플랫폼을 설치함으로써 전송 문제를 해결했다.
CDN은 오리진 서버의 트래픽 부담을 줄이는 전송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사용자가 라이브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사용자-CDN-캐시 티어-오리진’으로 이어지도록 구성, 최종적으로 오리진 서버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설계됐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장점이 확연히 드러난 사례도 있다. 작년 4월 사상 초유의 초·중·고 온라인 개학이다. 당시 네이버클라우드는 9일 만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의 트래픽 수용량을 7배로 늘렸다. 온프레미스였다면 불가능했던 확장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라방’ 시장 정조준=이커머스 시장에 라방은 최대 화두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라방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역시 ‘쇼핑라이브’를 운영 중이다.
쇼핑라이브처럼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완성된 형태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직접 라방 시스템을 운영하고자 하는 수요 역시 적지 않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시장을 노리고 나섰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라방을 위한 인프라뿐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 및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CDN을 비롯해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가능케 하는 ‘라이브스테이션’과 지난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는 ‘VOD 스테이션 2.0’, 실시간 채팅 및 통계를 지원하는 ‘게임 챗’ 등이다.
자체적인 라방 시스템을 운영하고 싶은 사업자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라이브스테이션, VOD 스테이션 2.0, 게임챗을 이용하면 된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검증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또 네이버클라우드는 라이브, VOD 등 네이버의 사용자경험(UX)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영상 플레이어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 데이터 기반 통계 등 기능을 제공하는 이 영상 플레이어는 PC 버전으로는 올해 내, 모바일 버전(안드로이드/iOS)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이다.
영상 서비스의 사용을 분석하는 툴도 선보인다. ‘미디어 QoE 애널리틱스’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에 대해 자동 랭킹을 측정하고 사용자가 관심을 가진 장면을 대시보드로 제공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가령 사용자가 어느 구간에서 재생을 많이 했는지, 어느 구간을 돌려서 많이 봤는지 등을 그래프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는 “미디어 애널리틱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라방에 활용한다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정답처럼 만들어 주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고급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DNA를 클라우드로 옮긴다”=네이버클라우드는 7월 기준 17개 카테고리, 184개 상품을 론칭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를 매출로 전환하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68% 성장했다는 것이 네이버클라우드 측 설명이다.
김승진 담당은 “네이버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네이버가 가진 기술을 클라우드로 옮김으로써 남다른 경쟁력을 제공한다. 태생부터 업계 최고의 레퍼런스를 보유한 셈”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경쟁사와의 차별점도 강조했다. 그는 “AWS와 MS는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 기업과의 소통은 약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요청하더라도 본사에 해당 사항에 관한 개선을 요청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네이버클라우드는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한다.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전사 메일이 오는데, 3일 내 답변이 안 되면 대표에게 보고가 되는 구조다. 고객대응을 타이트하게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네이버가 가진 다양한 온라인서비스 경험도 강점으로 꼽았다. 국내 최대 포털 기업으로 시작해 동영상, 웹툰, 인공지능(AI)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네이버인 만큼 보다 사용자친화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승진 담당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클라우드의 도입이 급격하게 늘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서비스에 채팅 기능 하나 붙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클라우드를 통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피력했다.
네이버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생중계한다. 2019년 BTS 웸블리 공연, 작년 온라인 개학에 이은 대형 이벤트, 그 근간에는 클라우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