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단법인 인터넷기업협회가 해당 정책의 부작용과 부당성을 따졌다.
사단법인 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15일 제 72회 굿인터넷클럽의 주제로 '인앱결제 강제가 좌초되어야 하는 이유'를 선정해 네이버TV 등으로 라이브 방송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김용희 숭실대학교 교수가 진행을 맡았으며, 패널로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조영기 인기협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지난해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정책의 전면 적용을 발표한 이후 한국에서는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7개의 전기통신사업법(전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는 아직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주 '글로벌 앱공정성(인앱결제강제)의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구글에서 발표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시행되면 중소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 피해가 예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들 모두 인앱결제 강제는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종채 변호사는 "구글을 사실상 독점 기업으로 보는 것이 맞으며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애플이 에픽게임즈에게 끼워팔기 이유로 제소를 당했고, EU 집행위원회가 애플을 조사하는 하는 등 전 세계가 이렇게 적극 대응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전기법을 계속적으로 도입 시도 중이며 구글과 애플 등에 대한 대응도 공정위가 준비 중"이라며 "글로벌 국가들도 사실 우리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더 강제하기 전에 전 세계가 나서서 이들의 힘을 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영기 사무국장은 "한달에 2000~4000개 게임이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일정 비용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구글이나 애플에 30% 수수료를 내고 나면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개발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얼마 안되는 것으로 안다"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나 이런 것들도 굉장히 빨라지다 보니, 웹툰이나 음악에 대한 수명이 길지도 않아 더욱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생산했는데 채 6개월이 안되는 시간 동안에 수익을 내야된다는 점은 창작자들이나 이를 유통하는 중소기업들에게도 힘들 것"이라며 "게임의 경우 기업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글로벌 원빌드로 출시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웹툰·웹소설들은 풀뿌리에서 산업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여기서 갑자기 30%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성장 저해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콘텐츠 비용 지불 방법에 대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말고 없는 상황으로 가정한다면 사실상 이건 강제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견해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의 이야기도 인용했다. 조 사무국장은 "일부 소비자들은 앱에서가 아니라, 그냥 웹에서 이용하면 되지 않냐고 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이미 여러가지 서비스들은 앱에서 제공되는 게 대부분이며, 앱을 통해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는 수순인데 30%를 강제 한다면 창작자나 우리 산업 모두에게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여러 창작자분들과 콘텐츠 기업 목소리를 들었을 때 구글의 강제사항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비싼 수수료를 내야 되는 이 상황이 적합하고 필요한 부분이라기 보다는 시장경제 지배성을 이유로 강제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분들에게까지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들었다. 한때 웹브라우저의 대명사였던 IE는 웹브라우저 시장 초기 선두주자일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에 IE를 끼웠기 때문에 시장을 평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꼭 IE를 쓸 필요가 없듯, 웹 콘텐츠 등을 이용하기 위해 구글(애플리케이션 마켓)을 꼭 이용해야 한다는 이 말 자체가 틀렸다고 본다"면서 "모바일을 이용하는 것뿐인데 우리의 행동조차 강제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분명 문제가 있으며 현재 상태에서 꼭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수료 '30%'라는 숫자에만 집중하게 될 수도 있는데, 애플과 구글이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두 기업이 각국의 데이터를 많이 수집하고 있을텐데, 우리나라가 이들을 위해 강력한 환경을 굳이 맞춰줘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30%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큰 개념으로 보고 대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인앱결제 강제는 결국 어느 누구도 수익을 많이 못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구글과 애플은 분명 고마운 존재가 맞고, 좋은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장 가격을 강제하는 측면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소비자의 수요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