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 당시 성장사업 중심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전환하기 위한 그룹사 구조개편을 시사한 후, 처음으로 공식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넥타이를 벗고, 청바지를 입은 구현모 대표는 올해 디지코 로드맵 핵심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구현모 대표가 콘텐츠를 적극 내세운 이유는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KT 미디어 사업은 2011년부터 연평균 15% 수준의 매출증가율(CAGR)을 기록하는 중요한 성장부문이다. 지난해 KT그룹 미디어 콘텐츠 사업 매출은 3조1939억원에 달한다. 현대HCN 인수까지 마무리된다면, 1300만 규모 국내 최대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미디어 플랫폼 규모뿐 아니라 내실까지 다지기 위해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구 대표는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려면, 이제는 콘텐츠가 필수다. 콘텐츠 능력까지 더한다면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KT가 보유한 미디어 플랫폼, 기술, 고객 기반 등을 합친다면 콘텐츠 사업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콘텐츠에서 돈을 벌 수 있겠냐고 했지만, 내부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니 이제는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점이 됐다”며 “KT에게 중요한 플랫폼은 미디어 콘텐츠며, KT그룹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되면, 올레tv와 스카이티브이, 스카이라이프, 시즌 가입 고객이 늘어나고, 이는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콘텐츠 유통을 다각화해 판매 수익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KT는 그룹사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스토리위즈는 드라마, 영화, 예능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원천 지적재산권(IP)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티브이(skyTV) 인터넷TV(IPTV) 올레tv,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1‧2차 판권 유통이 가능하다. KTH, 시즌 등은 국내외 후속판권 유통을 맡고, 지니뮤직은 OST 등 콘텐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PPL과 모바일 광고 등은 나스미디어 역할이다. 미디어 콘텐츠 총괄은 스튜디오지니에서 담당하는 그림이다.
강력한 가입자 기반 미디어 플랫폼과 그룹사 역량을 이미 갖춰놓은 만큼, KT는 콘텐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 콘텐츠 독점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글로벌 OTT가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어, 국내 제작사 중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곳이 많다”며 “한국 콘텐츠 관심이 증가하고, 플랫폼이 부족하고, 해외사업자 비중이 증가하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KT는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시장을 만들면서도,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통해 투자집행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KT는 넷플릭스처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콘텐츠 흥행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흥행 1등급 ‘더킹’은 2등급이 나왔다. 더킹의 경우 흥행 보증수표 김은숙 작가와 인기배우 이민호‧김고은이 출연해 화제성이 높았던 작품이지만, KT는 2등급으로 분석했다. 실제 결과와 동일하다. 이를 통해 사전 기획 단계부터 성공요소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제작비를 보장하는 대신 IP와 해외유통 판권 등을 넘겨야 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KT는 IP부터 수익까지 제작사와 공유하는 모델을 채택한다. 흥행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창작자가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콘텐츠 제작사와 창작자를 KT로 유인할 수 있는 상생조건, 흥행을 담보하는 빅데이터 분석, 국내 최대 미디어 플랫폼과 그룹사 시너지까지 합친다면 승부를 던져볼 만 하다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마저 2020년에서야 손익분기를 넘긴 만큼,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금은 투자부터 이뤄져야 한다. KT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 중 가장 큰 액수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구 대표는 “국내 다른 3사보다는 많이 투자하겠다.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 고객이 원하는 것, 글로벌과 통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지킬지 못지킬지 모르는 투자금액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하기에 금액을 일부러 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손실이 나더라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며 “KT 규모 등을 봤을 때 견딜 수 있다. 콘텐츠 사업이 경쟁력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시점까지는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