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오는 25일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가 없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좌를 터줄 ‘제 2의 케이뱅크’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금법 상 규제 대상인 가상자산사업자에는 거래소와 커스터디(수탁) 업체, 지갑 서비스 업체 등이 해당하며 이들은 오는 9월까지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한 후 영업해야 한다. 이 중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계좌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AML(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이 신고 수리 요건이기 떄문이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네 곳뿐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고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다. 아직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오는 9월까지 은행과 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신고 수리를 조건으로 조건부 계약이라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비트 덕분’ 케이뱅크, 가상자산 상승장에 가입자 ‘쑥’
중소형 거래소들이 은행과의 제휴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건 ‘제2의 케이뱅크’가 나올지 여부다.
기존에 기업은행과 제휴했지만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던 업비트는 지난해 6월 케이뱅크와 새로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업비트 고객은 케이뱅크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원화입출금 및 원화 기반 거래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간 제휴는 양 측 다 크게 혜택을 본 ‘윈윈’ 전략이 됐다. 케이뱅크도 업비트와의 제휴로 가입자 및 예‧적금 잔액 규모가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219만 명이던 케이뱅크 가입자는 지난 2월 말 311만 명으로 늘어났다. 두 달 만에 100만명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가입자 증가에는 업비트와의 제휴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가상자산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 92만명 중 69.6%가 20~30대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주요 나이대와 겹친다.
예‧적금 잔액 규모도 급성장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예‧적금 잔액은 약 6조 8400억원으로, 지난 1월 말 기준 4조 5000억원보다 2조 이상 늘었다.
◆제2의 케이뱅크는 어디? 부산은행은 “검토 중”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들과의 제휴를 논의 중인 곳으로 BNK부산은행을 꼽고 있다. 거래소와 제휴할 경우 자금세탁방지 등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케이뱅크처럼 ‘윈윈’한 사례가 나온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BNK부산은행은 고팍스를 비롯한 몇몇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제휴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팍스 관계자는 “부산은행과는 계좌 연동 테스트 등 관련 테스트를 해본 상태일 뿐,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도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지방은행만 거래소와의 제휴를 검토 중인 것은 아니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외 다른 시중은행도 거래소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외 다른 시중은행과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은행들도 ISMS 인증을 확보한 거래소를 중심으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제휴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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