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규제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오는 3월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서비스들과 해외 서비스들 간 온도차가 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BTC) 가격이 상승하면서 해외 서비스들은 사업을 확장 중인 반면, 국내에선 사라지는 서비스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대형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하는 해외 거래소…국내는 중단
서비스 중단을 일으킨 대표적인 특금법 조항은 ‘오더북(거래장부) 공유 금지’다. 지난달 발표된 특금법 시행령에는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오더북 공유를 금지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일부 거래소들은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해외 대형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해왔다. 해외에 본사가 있는 바이낸스KR, 후오비코리아는 각각 바이낸스, 후오비와 오더북을 공유했으며 에이프로빗도 비트파이넥스와 공유했다.
하지만 오더북 공유 금지 조항이 생기면서 바이낸스KR은 폐업을 결정했다. 공유를 중단하면 거래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에이프로빗도 지난 28일 비트파이넥스와의 오더북 공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에서는 바이낸스와 오더북을 공유하는 거래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3일에는 바이낸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소 만달라(Mandala)가 출범했다.
바이낸스 클라우드는 바이낸스의 거래 유동성과 보안 시스템을 제공하는 클라우드로, 이를 기반으로 거래소를 만들 수 있다. 바이낸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첫 번째 거래소는 바이낸스KR이었으나, 정작 바이낸스KR은 폐업하고 다른 거래소가 바이낸스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해외 거래소들이 더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진행된 특금법 시행령 공청회에서 특금법 계 대표로 참석한 황순호 두나무 대외협력팀장은 “(오더북) 제휴를 금지할 경우 투자자들은 외국 거래소로 빠져나간다”며 국내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외서 우후죽순 생긴 디파이, 국내는 운영 종료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서비스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한 해 시장 전반에 ‘디파이 붐’이 일면서 해외 서비스들은 쏟아져 나왔다. 반면 국내 첫 디파이 서비스였던 두나무 DXM의 ‘트리니토’는 운영을 종료했다.
두나무 자회사 DXM은 지난 23일 가상자산 예대차 서비스 트리니토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출금, 상환을 제외한 다른 기능은 모두 종료됐으며 회원들은 오는 2021년 1월 29일까지 가상자산을 출금해야 한다.
거래소와 달리 디파이 서비스는 특금법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트리니토 역시 운영 종료에 특금법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다만 트리니토의 수익성 및 서비스 확장성이 부족했다고 두나무 측은 설명했다.
서비스 확장이 어려웠던 배경엔 규제 리스크도 있다. 해외 디파이 서비스들의 경우 자체 토큰을 발행하고 회원들에게 토큰 보상을 주면서 수익을 늘려왔다. 반면 국내에선 이 같은 방식을 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유주용 DXM CSO(최고전략책임자)도 이달 초 열린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 2020)’에서 “국내는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해외에 비해 기술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므로 규제 리스크가 해결되면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비트의 스테이킹 서비스 등 DXM이 맡은 서비스는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DXM의 다른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더 나은 서비스를 고안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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