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부처에서 주도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펀드를 통해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플랫폼 공급용 콘텐츠를 만든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 예산으로 거대 해외 OTT 플랫폼 영향력만 키운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서비스산업 코로나19 대응 및 발전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정부는 OTT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으로 “글로벌 플랫폼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 공급을 위해 방송‧OTT 영상콘텐츠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올해 투입되는 규모만 300억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글로벌 플랫폼은 넷플릭스를 비롯해 한국시장에 진출 예정인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애플TV플러스 등을 일컫는다.
해당 방송‧OTT 영상콘텐츠 펀드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으로 밝혀졌다. 앞서, 문체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방송·OTT 영상콘텐츠 자금을 신설해 300억원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콘텐츠 시장 자금 흐름을 원활히 해 창작‧제작을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문체부는 OTT 유통 또는 방송 송출 목적의 영상분야 중소·벤처기업 및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콘텐츠에 중점을 두는 만큼, 전세계 영향력을 갖춘 해외 플랫폼에 국내 영상물을 공급해 한국 콘텐츠 진출 확장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해외 플랫폼 종속화를 심화시키는 모습으로도 비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 쏠림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점유율 4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이용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각각 87.9%와 17%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p와 9.6%p 증가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판권과 지적재산권(IP), 해외유통권까지 확보하고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240억원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승리호 판권을 32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호는 전세계 2200만가구가 시청하며,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추가 수익은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안전하게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사들의 넷플릭스행이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시장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넷플릭스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제작비 인상 양상도 보이고 있다.
결국, 제작비 인상에 대응할 수 없는 국내 방송‧OTT 산업계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돈다. 이뿐 아니라, 한국시장은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해 해외 플랫폼에 납품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의 콘텐츠산업은 성장성이 입증된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주도권을 해외 OTT에 넘겨 실속을 챙기지 못할 수 있다. 해외 플랫폼만 배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문체부가 해외 플랫폼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해 지원한다는 것은 국내 콘텐츠 산업발전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작비를 높이는 머니게임은 국내 사업자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판권과 IP등을 모두 가져가버리는 해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해외 진출은 궁극적으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없다”며 “문체부 펀드는 이러한 투자에 제한을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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