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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고질병 '크런치 모드' 절반 이상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디지털데일리 정도영기자]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왔던 '크런치 모드'가 지난해 들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향후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런치 모드란 신작 출시나 업데이트 시즌을 앞두고 야근과 연장근무가 포함된 집중 업무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게임업계 내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초과하거나 직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행된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지난 2018년부터 설립된 게임업계 노동조합들의 결성 이유 중 하나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30일 발간한 '2020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다는 업계 노동자의 응답 비율이 2019년 60.6%에서 지난해 23.7%으로 줄었다. 크런치 모드 발생 주기는 11.7주로 나타났고, 평균 지속일 수는 7.5일로 2019년 16일보다 감소했다.

또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종사자 중 70.7%가 크런치 모드 후 확실한 휴식 보장을 받았다고 답했고, 크런치 모드에 따른 보상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1년 전 44.2점보다 늘어난 74.4점을 부여했다. 크런치 모드 발생 이유로는 상시적으로 업무량이 많은 게임업계의 특성, 시스템 오류와 버그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 퍼블리셔 사업부 등의 급격한 변경 요구 등을 꼽았다.

해당 조사는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 및 종사자 200명, 5인 이상의 구성원으로 구성된 사업체 200개와 산업 종사자 1000명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보고서는 "크런치 모드가 줄어든 것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작 및 발매 지연 또는 사업 기회의 축소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산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크런치 모드를 줄이기 위해 업계의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게임사 기획 부서 직원 A씨는 "크런치 모드는 예상 가능한 크런치와 예상하지 못하는 크런치로 나뉜다"며 "대부분의 경우 예상 가능한 크런치 모드가 발생된다. 게임 출시 일정 산정을 잘못한 경우나 탑다운 방식의 업무 체계가 지켜지지 않을 때로, 예상 가능하지 못한 크런치 같은 경우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크런치 모드는 기본적으로 게임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끝나면 크런치 모드가 다시 원상 복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코로나19 시기를 계기로 게임업계가 크런치 모드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조직·프로젝트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도영 기자> jd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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