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가전업체들이 젊어지고 있다.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을 위해 이들이 모인 곳으로 찾아간다. 타깃별로 제품 판매 경로를 세분화하고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방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층에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일환이기도 하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2030세대가 모인 쇼핑몰이나 편집숍 등에 입점하는 기업들이 증가했다. ‘라이브커머스’ 등 소통형 판매가 젊은층을 끌어모으는 방식이라면 특정 판매채널 입점은 직접 찾아가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젊은층 공략을 위해 눈높이를 맞춰 디자인을 강화하고 온라인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방용품 기업 해피콜은 지난 22일 1·2인 가구 중심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1구 인덕션 레인지·믹서·전기주전자·토스터로 구성된 ‘오드 아담한 가전’ 4종을 출시했다. 어느 주방에나 어울리도록 흰색 미니멀 디자인과 아담한 크기를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주목할 점은 이 제품들은 해피콜 공식 쇼핑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해 몇몇 특수 쇼핑 채널에서 먼저 선보인다는 것.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온라인 편집숍 ‘29CM’,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 삼성물산 패션부문 컨템포러리 멀티숍 '비이커' 온오프라인 매장이 그 대상이다. 전부 주 고객층이 2030세대인 웹사이트들이다. 하이마트나 쿠팡 등 가전 양판점·대형 오픈마켓에선 내달 중순 론칭할 계획이다.
해피콜 관계자는 “이번 제품들은 ‘밀레니얼 커미티'를 비롯한 해피콜 사내 2030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기획했다”며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기존 채널 아닌 주요 타깃이 선호하는 채널들에서 먼저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선 기업 자체가 젊어져야 한다. ’젊은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노력은 신일전자도 마찬가지다. 국내 선풍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만큼 중장년층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지만 최근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한 온라인 채널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일은 온라인 직거래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 네이버·쿠팡 등 직거래 채널이 늘었다.
이미 벤더들은 신일 히터·가습기·다리미 등으로 기존 온라인 채널을 넘어 젊은층이 즐겨 찾는 편집·인테리어숍에 입점해있다. 신일 역시 직거래 판매 채널로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형가전 제품들을 주로 다루는 특징을 내세워 최근 인스타그램 채널은 인테리어샵 같은 컨셉으로 콘텐츠를 업로드 중이다. 좁은 방도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려는 MZ세대 트렌드와 맞물린다.
신일 관계자는 “기업이미지(CI)를 변경하고 캐릭터 출시, SNS 채널 운영은 물론 가전 제품 디자인도 개선했다”며 “구매 고객층 연령대를 낮추는게 단기간에 이뤄지진 않겠지만 이전보다 많이 젊어졌다는 피드백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시도는 코웨이나 위니아전자나 등 중견업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코웨이는 과거 신제품을 출시하면 대부분 방문 판매 관리 직원이 제품을 직접 판매했다. 마케팅 활동도 광고나 프로모션 등 일반적인 활동에 그쳤다. 최근엔 코웨이 최초로 온라인 론칭쇼를 진행하고 SNS 홍보 등을 진행하며 디지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29CM와 협업해 아이콘 정수기를 온라인 편집숍에서 판매하게 된 것도 새로운 시도다. 코웨이는 고객층 확대 전략 일환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이 플랫폼을 선택했다. 미디어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플랫폼인만큼 크기가 작고 성능은 높인 아이콘 정수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한다.
위니아전자는 지난 6월 스타일리시한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 가전 ’클라쎄 팝‘ 에디션을 국내 최대 패션몰 ’무신사‘에 입점했다. 무신사는 MZ세대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쇼핑몰이다. 패션 중심이지만 위니아전자는 공기청정기와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에 유니크한 컬러를 입힌 가전을 통해 클라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가전은 고관여제품이라 고려요인이 많은 반면 소형 가전은 브랜드 및 가격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취향이 반영된 범위 내 좋아하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며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은 주로 이사를 자주 다니기 때문에 최대한 깔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