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20년 국내 게임 시장엔 여느 때보다 ‘중국산’의 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국내 게임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몇몇 유력 업체들 얘기다. 중국산 게임의 끊이지 않은 공세에 버틴 게임이 많지 않다.
일부 사례이나 선정적 광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중국 게이머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옹호하고 서비스를 접는 등 한국을 무시하는 행태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국내 서비스도 잘하고 한국 게임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중국 판호(게임유통권) 재발급 이슈도 있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추정되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무기한 발급 중단이 4년여간 이어지다 게임 1종이 발급받은 것이다. 중국에선 판호가 있어야 유료 서비스가 가능하다. 시장에선 기대감에 주가가 요동쳤으나,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이래저래 ‘애증의 중국’이라는 말이 맞을법한 상황이 이어졌다.
중국산 게임이 잘 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광고를 내걸어도 재미가 없다면 이용자들이 금세 이탈한다. 광고가 부실해도 재미가 있다면 결국엔 상승세를 타게 된다. 중국산 방치형 게임인 ‘기적의검’이 그런 사례다. 단번에 주목받지 않았으나, 꾸준히 인기를 늘려가 이제 구글플레이 매출 최상위에 자리 잡았다.
게다가 게임 이용자들은 개발사 국적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본 제품 불매가 한창일 때도, 게임만큼은 불매 여파에서 벗어나 있었다. 중국산도 마찬가지다. 적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년 즐긴 오랜 취미를 바꾸긴 쉽지 않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중국산 게임을 넘어서려면 게임으로 승부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그런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호요 원신엔 500여명의 개발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빅3도 단일 게임에 이 정도 인력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당시 미호요는 전체 1500여명 가운데 원신에만 3분의 1 가량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젤다의전설 짝퉁 논란에 폄하되기도 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상당한 콘텐츠 완성도와 재미를 자랑했다. 결국 세계 각국에서 성공을 일궜다. 콘솔로도 동시에 나와 성과를 냈다. 국내 게임에선 비슷한 성공 사례가 없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빅3 기업과 몇몇 유력기업들은 여력이 있다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중국산과의 경쟁이 버거운 상황이다. 중국 기업에서 포스트 원신 사례가 나온다면 사기 측면에서도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나, 업계 입장에선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확률형 뽑기 수익모델(BM)과 이용자 간 경쟁이 강하게 결합된 대규모다중접속(MMO) 장르 위주로 만들어오다 보니, 게임 특성상 서구권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내수 경쟁은 포화 수준으로 가고 있다. 조만간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기업들이 자의반 타의반 속속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