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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문체부는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 책임을 잊었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한국에서 글로벌 OTT 기업을 최소 5개 이상 만들겠다”

정부는 지난 6월 이러한 포부를 담은 범부처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 규모 10조원, 콘텐츠 수출액 134억2000만달러,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 육성을 꿈꿨다. 이를 위해 국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빠른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 국무조정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앞장섰고,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약속했다.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의 가장 큰 함의는 관련산업에 있어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다. 특히, 신생 산업임에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OTT에는 그 의미가 더 크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미 최소규제 원칙으로 OTT 산업을 키우자는 데 공감을 이루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행보를 보면 정부가 힘을 모은 OTT 활성화 기조에 나홀로 역행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문체부는 국회에 발의된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OTT 사업자의 법적 지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가 OTT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은 즉, 그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개정안에는 OTT에 관한 진흥책보다는 각종 금지행위와 지침들이 규정돼 있다. 문체부가 막 첫발을 내딛은 신생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무리하게 규제 잣대를 들이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두 부처와 달리 ‘진흥’ 대신 ‘규제’에 방점을 찍었으니, OTT를 둘러싼 현안과 정책 방향에서도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국내 OTT 업체들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간 저작권료 갈등이 대표적이다. 문체부는 최근 OTT 사업자에 대한 음악사용료 징수규정을 신설하고 내년 징수율을 1.5%로 확정, 연차계수를 적용해 오는 2026년 1.9995%까지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한음저협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은 선례를 들어 OTT 사업자가 ‘매출의 2.5%’를 음악사용료로 내라고 요구했고, 국내 OTT 업체들은 기존 방송물재전송서비스 규정에 따라 0.625% 요율이 합당하다고 주장해왔다.

문체부의 결정은 언뜻 양측의 중간 지점을 찾은 것으로 보이지만, OTT 업계 생각은 다르다. 애초에 한음저협이 주장한 2.5% 요율이 명확한 근거 없이 제시된 수치인 데다, 문체부가 정한 요율도 사실상 2% 수준이어서 OTT 사업자보다는 한음저협의 의견이 더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에 OTT 업계는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생 업체들이 모인 OTT 업계에서 콘텐츠 산업 주도권을 쥔 문체부와 장기간 소송으로 척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OTT 주무부처들과 소통이 미흡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이수경 방통위 방송기반총괄과 팀장은 지난 9일 열린 ‘OTT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요율’ 세미나에서 “OTT 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해달라고 문체부에 두 번 찾아가기도 했지만, 오히려 문체부로부터 ‘(저작권 문제는) 우리 부처에서 하는 일인데 자꾸 (방통위가) 얘기하면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항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OTT 활성화 측면에서 3개 부처가 손발을 맞춰야 함에도, 문체부가 일찍이 선을 그은 것이다.

이제는 문체부에 도리어 묻고 싶다. OTT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업무 방해’를 하는 곳은 어디인지. 미디어 시장의 디지털화로 인해 기존 콘텐츠 산업은 플랫폼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거꾸로 플랫폼 또한 콘텐츠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상부상조의 관계다. 이처럼 산업과 산업의 융합이 중요한 지금, 과거의 문법에 머물러 있는 문체부의 일방통행은 ‘디지털미디어의 발전’을 도모하기는커녕 저해할 뿐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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