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화웨이가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키로 했다. 중국 선전시가 인수한다. 중국 정부 주도 화웨이 사업을 다른 중국 회사로 넘기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17일 화웨이는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 관련 자산과 인력 일체를 선전즈신뉴인포매이션테크놀로지(Shenzhen Zhixin New Information Technology)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선전즈신뉴IT는 중국 광둥성 선전시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선전스마트시티기술개발그룹이 최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여개 아너 딜러 등도 주주로 참여했다.
아너 판매량은 연간 7000만대라는 것이 화웨이의 설명.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2억4050만대다. 아너 비중은 30% 전후다. 아너가 빠질 경우 작년 5000만대까지 좁혔던 세계 1위 삼성전자와 격차는 다시 1억대 이상으로 벌어진다.
아너 매각은 중국 정부와 화웨이의 미국 제재 회피 본격화로 여겨진다. 아너는 독립하면 세계 7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된다.
미국은 중국 정부와 화웨이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는 부인했다. 미국은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에서 화웨이 제외를 추진했다. 미국 기업과 미국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기업의 화웨이 및 화웨이 자회사와 거래를 차단했다. 화웨이는 제품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아너 매각에 앞서 화웨이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 연구개발(R&D) 인력이 대거 오포로 이동했다고 알려졌다. 오포는 세계 5위 스마트폰 제조사다. 작년 판매량은 1억1510만대다. 세계 6위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와 함께 중국 BBK그룹 소속이다. 비보 작년 판매량은 1억650만대다. 화웨이는 사라지지만 화웨이의 유산은 다른 중국 회사가 계승하는 셈이다. 중국의 정치경제체제를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물밑에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화웨이는 “화웨이 소비자 사업은 최신 기술적 요소 등을 스마트폰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라며 “아너 매각은 아너 유통망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이 화웨이 사업 분산 및 인력이동을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화웨이 견제는 중국 첨단산업 육성 견제 상징이었다. 화웨이가 없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 선거 이후 정책 일관성에 의문이 생긴 상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정책이 언제 어떻게 수정될지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재편할 시간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