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권하영기자]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까닭일까. 모바일 앱 생태계 최대 현안인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선 여당에서 문제 제기한 정도에 그쳤다. 야당 측 언급은 들리지 않았다.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언급은 국정감사에서 실종된 수준이다.
반면 야당은 ‘네이버가 쇼핑과 뉴스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공세부터 ‘네이버가 인기협을 통해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속 제기하면서 국회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여야가 대치하면서 결국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막장 국회가 연출됐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선 이처럼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와 국회가 구글 방패막이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고 야당 측은 그야말로 ‘네이버 잡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였다.
◆여 “구글 방패막 돼야” vs 야 “네이버 잡아라”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인도 스타트업들이 연합해 인앱결제 강제 시기를 늦췄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구글이 무릎 꿇은 것 아니냐. 참고해서 구글과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부가 스타트업, 우리 기업 그리고 전체적인 콘텐츠 사업에 대한 보살핌, 방패막이 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홍정민 의원은 관련 업체 담당자 의견으로 “앱마켓을 구글이 독점하므로 사업자 입장에서 대응할 수 없고 정부 대응을 바라고 있다”, “매출 기반 수수료이므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보고 새로운 시도가 어려워져 생태계 혁신이 힘들 것으로 봤다”, “따르지 않을 경우 구글플레이서 퇴출될 것도 걱정했다” 등의 반응을 거론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쇼핑 알고리즘 조사결과 발표와 과징금 부과를 거론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가 검색결과를 조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스 알고리즘’과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 알고리즘’도 조작으로 규정했다. ‘네이버 갑질’이라고 말하며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검색어 조작 등을 철저히 규명해서 대한민국을 혼탁하게 한 것 책임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양대 포털 증인 신청 합의를 촉구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네이버 의장 증인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말한 네이버 의장은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GIO는 의장직을 내려놓은 지 수년째로 역시 국내 사업에서 손을 뗀 지 오래다. 현재 국외에서 글로벌 투자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은 “심각하게 고려해서 종감(종합감사)에서라도 (네이버) 증인들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박대출 의원이 쏘아올린 ‘국회농단’ 의혹에 여야 거센 공방
이날 국감은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이 제기한 ‘국회농단’ 의혹으로 한때 파행으로 치달았다. 박대출 의원은 “네이버가 회장사로 있는 인기협이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을 사전에 기획했고, 그 각본대로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피규제기관이 규제기관인 국회를 배후 조정하겠다는 시도로, 네이버의 국회농단 의혹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의혹에 불을 붙였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조승래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해당 포럼은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며 “참여한 모든 여야 의원들이 마치 누군가에 속아넘어간 것처럼 규정해 스스로 국회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박대출 의원에 사과를 요구했다. 실제 의원 연구단체를 외부 협회 단체와 논의해 만드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대출 의원이 끝내 사과를 하지 않자 여야간 대립이 심화됐다. 몇몇 야당 의원들은 오히려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갑질 의혹을 물고 늘어지며 정치 공세를 키웠다. 여야 의원간에는 “왜 반말하느냐” “소리 지르지 마라” 등 고성이 오가며 결국 20여분간 감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원들을 불편하게 했다면 유감”이라고 입장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