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일본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을 보이자, 일각에선 ‘중국 진출이 막히니 일본으로 가는 거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 입장은 다르다. 결과론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일본 게임시장은 ‘외산 게임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현지 이용자들이 외산 게임에 배타적인 편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본산으로 콘솔 친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길드(게임 내 커뮤니티) 전투와 경쟁 중심의 PC기반 역할수행게임(RPG)은 좀처럼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드물지만 성공하는 게임도 있다. ‘될 게임은 된다’는 속어가 재차 입증된다. 일본에서 온라인게임으로 성공했다면 콘텐츠의 완성도는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2일 일본 인터넷카페(PC방) 로그비전(LogVision) 집계에 따르면 엔씨 ‘리니지2’와 펄어비스 ‘검은사막’이 각각 종합 이용 순위 8위와 10위(2020년 8월 기준)에 올라있다.
국내에선 존재감이 옅어진 PC 리니지2가 일본에선 지금도 PC방 톱10 내 순위를 유지 중이다. 보수적인 일본 게임 시장의 특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신작이 성공하기는 힘들지만, 흥행작 반열에 오르면 수년간 인기가 유지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리니지2의 한참 후배뻘인 펄어비스 ‘검은사막’이 10위를 차지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검은사막은 일본 내 유력 게임웹진 포게이머(4gamer)에서 독자 평점 94점을 받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1위를 기록 중이다. 온라인게이머(Onlinegamer)에서는 PC MMO 장르 2위다. PC방 종합 10위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PS4를 출시하며 PS4 마켓 1위로 시작하며 콘솔 본산인 일본에서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검은사막은 콘솔 게임 수준의 화끈한 대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다. 이후 리마스터(재개발)를 거쳐 그래픽 품질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결말이 존재하는 콘솔 게임 대비 방대한 콘텐츠를 갖춰 현지에서 주목받았다.
최근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바통을 이어받아 일본 열도 공략에 나섰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달 23일 로스트아크 일본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PC게임으로는 드물게 사전예약자만 10만명을 넘겼다. 로스트아크의 방대한 세계관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호평을 받는 등 초반 반응에 대한 호평이 감지된다.
일본 현지 공략이 뜸한 PC게임과 달리 모바일 공략은 활발하다. 넷마블이 ‘리니지2레볼루션’, ‘7개의 대죄’ 등으로 현지 흥행을 기록했다. PC에 이어 ‘검은사막 모바일’도 성공했다. ‘검은사막 X Glay(글레이)’ 콜라보(협업) 영상이 시장 진입에 한몫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튜브 1000만뷰를 넘어섰다.
지난달 24일엔 넥슨 V4가 일본 진출했다. V4 일본 버전은 이용자 간 전투(PvP) 등 경쟁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 일본 이용자 성향과 MMORPG 코어 타깃층이 약한 점을 고려해 난이도 조정에도 공을 들였다는 게 넥슨 설명이다.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무료 다운로드 인기 1위, 애플 앱스토어 인기 4위를 달성했다. 2일 앱마켓 매출 기준으로 애플 앱스토어 매출 70위권, 구글플레이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MMO(대규모다중접속) 장르의 관심이 예전과 비교해 더 높아진 상황에서 MMO 장르 강자인 한국 개발사들의 인기 게임들이 현지화를 토대로 일본 진출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