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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통신장비 3강체제, 삼성전자 반격에 ‘꿈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8조원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 국내 통신장비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여서 업계도 술렁인다. 삼성전자로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주도한 경험이 먹혔고, 동시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빈자리를 꿰찬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중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5G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은 통신장비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전통적인 화웨이·에릭슨·노키아 삼강구도는 흔들리고, 삼성전자가 빈틈을 노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5년간 5G 장비를 비롯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미국 4대 통신사 중 버라이즌·AT&T·스프린트 등 3사와 5G 장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는 8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수주 성과다.

미국은 약 300조원이 오가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으로, 특히 전체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 장비 시장이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민간 통신사업자들에 3.5㎓ 주파수 경매를 완료했고, 조만간 추가 할당도 계속 예정돼 있다. 버라이즌을 시작으로 주요 통신사들의 5G 투자 확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수출계약으로 향후 미국 5G 장비 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특히 미국이 오랜 기간 반(反)화웨이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나머지 장비사들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반사이익을 꾀할 수 있다. 업계는 사실상 화웨이를 배제한 상황에서 주로 에릭슨과 노키아 장비를 써온 버라이즌이 이번에는 삼성전자에 길을 좀 더 열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장비 사업은 계약 규모가 크고 수년씩 이뤄지는 데다 호환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번 기회를 잡으면 장기적인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다.

글로벌 시장구도는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대형 수주를 따낸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점쳐진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5G 장비 점유율은 13.2%다. 화웨이(35.7%)·에릭슨(24.6%)에 이어 노키아(15.8%)와 3위를 다투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점유율 5%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작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주도하면서 급성장한 이후 줄곧 두자릿수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노키아와 엎치락뒤치락 중인 만큼 이번에는 명실상부 3위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견제에도 1위를 굳건히 지키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각) 화웨이 계열 38개사에 대한 대규모 추가 제재를 발표하는 등 압박 수위를 최대로 높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오히려 반화웨이 전선에서 탈피하는 움직임이 커진다. 독일·스위스·네덜란드·노르웨이 등이 화웨이의 5G망 구축을 허용했고, 프랑스 정부도 최근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봉쇄 작전에도 불구, 화웨이는 올해 2월 이미 전세계 5G 상용계약을 100건 가까이 체결했다. 화웨이 내 통신장비 사업을 이끄는 캐리어비즈니스사업부는 올 상반기 매출 1596억위안(한화 27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 6월에는 5G 장비로 국제 보안 CC 인증을 획득하면서 보안 우려까지 씻어냈다.

에릭슨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화웨이에 이은 세계 2위 통신장비 업체인 만큼 추격의 고삐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릭슨은 지난달 12일 기준 텔레콤 슬로베니아를 기점으로 전 세계 5G 상용계약 100건을 돌파했다. 이 중 공개적으로 발표된 계약은 58건이다. 한국 통신3사를 비롯해 북미지역 4개 사업자, 일본 KDDI와 소프트뱅크, 유럽과 호주의 다수 통신사들이 에릭슨 5G를 채택하고 있다.

노키아의 경우 경영난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유 현금을 늘리기 위해 배당 지급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5G 인력을 제외한 구조조정에까지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산 매각과 합병설도 끊임 없이 나온다. 최근 5G 위주의 통신장비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의 순위 역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미뤄졌던 일부 5G망 투자가 재개되면서 통신장비 시장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펼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5G 투자가 주춤했다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이후에는 오히려 전세계 트래픽 급증으로 5G 조기 투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 상반기 주파수 경매를 미룬 유럽 국가들도 일정을 재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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