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소영기자] 지난 13일, ‘VR·AR, 언택트로 일상을 컨택트하다’를 주제로 ‘2020 서울 가상증강현실 박람회’를 찾았다.
메쎄이상과 코엑스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의 특징을 섞은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의 존재감이 돋보인 행사였다. 다만 가격과 콘텐츠 경쟁력 등에 있어, 실감 기술 전반의 대중성은 여전히 아쉬웠다.
최근 정부는 디지털뉴딜 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관광·문화 등 디지털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행사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수 정부부처가 후원에 나섰다.
코로나에도 불구, 이날 행사의 관심은 높았다.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해 입구에서 비닐장갑을 챙기고 들어가자, 인파 속에 VR 어트랙션(놀이기구)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보였다.
디스플레이 헤드셋(HMD)을 끼고 기구에 탑승하면 눈앞에 가상현실이 펼쳐지고, 온몸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형태였다. 이미 대중화된 VR 게임장의 어트랙션보다 콘텐츠 자체가 기발하진 않았다.
발길을 옮기자 곧 화려한 어트랙션도, 게임 화면도 없이 발길을 붙잡는 부스가 나타났다. 부스에선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3D 홀로그램을 보여주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선보이고 있었다.
◆ 가격도 ‘아이언맨’ 급...500만원 대 혼합현실(MR) 구현 장비에 눈길
MR은 ▲현실을 토대로 가상 정보를 더한 증강 현실(AR)과 ▲가상 환경에 현실 정보를 더한 증강 가상(AV)을 포함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현실에 VR이 접목돼, 현실의 객체와 가상의 객체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에선 ‘이건 좀 신기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해당 장비의 판매 파트너사라는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사진 속 헤드셋은 오는 10월 중반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재작년 출시한 제품이지만 한국은 출시국에서 빠져있었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500만원 중반대다.
국내 출시 후로도 대중이 접하긴 어려운 장비로 보이는 지점이었다.
다들 같은 생각이었을까. 이날 한시간 씩 세 번에 걸쳐 진행된 체험 대기가 이미 꽉 차 있어 기자가 부스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접수가 마감됐다.
직접 체험 대신 헤드셋을 낀 체험자의 시야를 TV로 지켜볼 수 있었다. 체험자의 눈앞에 3D 홀로그램으로 지도나 정보창이 뜨는 모습이 보였다. 곧 체험자가 손으로 눈앞에 ‘취소’ 버튼을 누르자 정보창이 사라졌다.
부스 관계자는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을 양손으로 잡아 늘이거나, 줄이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도의 특정 지점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의 드론 영상도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스 관계자는 이와 같은 기술로 향후 ▲서로 다른 국가의 산업체 간에 원격 가이드 ▲3D 모델링 작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 디자인 리뷰 방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실제로 산업 쪽의 문의 전화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 낚시게임에선 '손맛'을, VR 공룡 체험에서 멀미 지옥을 맛보다
또 다른 부스에선 실제 낚싯대와 의자가 일체된 어트랙션이 인기를 끌었다. VR을 구현할 헤드셋 장비는 없었다. 부스 관계자는 아직 가격 면에서 VR게임 장비가 가정용으로 제공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 해당 콘텐츠는 스크린 게임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물고기의 움직임보단 낚싯대를 이용한 ‘손맛’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접 어트랙션에 탑승해보자 스크린 속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의자가 이리저리 일렁였다. 입질이 오면 낚싯대를 힘껏 잡아당겼다가 릴을 감으며 내려놓길 여러 번 반복했다. 상당한 힘과 완급조절이 필요했다. 낚싯대를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실제 상황처럼 낚시줄이 끊어져 미션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손맛과 함께 VR 실감도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번엔 VR 공룡체험을 제공하는 부스를 방문했다. 아이들 교육용과 박물관 납품용이라는 콘텐츠였다.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공룡 세상이 펼쳐지고 스테고사우르스, 알로사우르스, 디플로도쿠스 등을 만날 수 있었다. 후면 시야를 지원하지 않아 뒤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게 아쉬웠지만 곧 공룡과 함께 달리는 단계가 나왔다.
이때 이용자는 가만히 선 가운데 소리나 주변의 변화로 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 상태에서 시야가 요동치니 멀미가 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뛰는 도중 연이어 나타나는 포인트를 스틱으로 겨냥해 공룡에게 진로를 안내해줘야 했다. 비위가 약한 아이들 교육용으로 적합할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실감 기술은 분명 훌륭했다.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에서 영화 아이언맨으로 한 걸음 나아간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가격 ▲콘텐츠 경쟁력 ▲멀미 등 사용경험 상의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감기술이 대중에게 다가서기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였다.
<김소영 기자>sor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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