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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장…삼성SDS, 복귀 1년여만에 금융공공 대형사업 '포식'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IT시장에 복귀한 삼성SDS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삼성SDS가 지난 3일 2900억원 규모의 KDB산업은행 IT아웃소싱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올 하반기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됐다.

앞서 삼성SDS는 ABL생명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수주하며 아웃소싱 사업을 맡아온 IBM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삼성SDS가 2013년 6월 금융 및 공공시장 철수를 선언하기 전 삼성SDS가 IT아웃소싱을 수행한 고객사였다는 점이다.

삼성SDS는 1999년부터 2014년 까지 산업은행의 시스템 운영을 전담해 왔으며 ABL생명은 과거 알리안츠생명이라는 간판을 달던 시절 삼성SDS가 IT아웃소싱을 운영해왔다.

과거 삼성SDS는 공공 및 금융시장의 IT아웃소싱 사업을 LG CNS, SK(주)C&C와 경쟁하며 나눠가졌다. 이후 시장 철수로 인해 삼성SDS가 수행하던 사업들은 LG CNS, SK(주)C&C를 비롯한 몇몇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삼성SDS는 2019년 사실상 시장 복귀를 선언하며 공공 시장을 시작으로 레퍼런스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차세대 지방세 정보시스템 1차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공공분야에서 대형 사업 수주 등의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금융 사업에선 이렇다 할 대형 사업에 이렇다 할 사례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 벌어진 1000억 원 대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IT통합 사업의 경우 LG CNS와 경쟁 끝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에 산업은행 IT아웃소싱 사업을 재탈환하면서 성공적인 복귀 신고를 하게 됐다.

산업은행의 IT아웃소싱은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범위가 넓고,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권 대표적인 IT아웃소싱 사례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올해 코로나19 등으로 기업들의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가 화두가 되면서 ‘비용절감’이 우선순위에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가볍지 않다.

관련업계에선 비용절감, 그리고 금융권의 규제 완화 등으로 IT아웃소싱 사업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힌 사업이 금융권에서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IT아웃소싱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기존 IT아웃소싱 사업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환과 맞물려 새로운 사업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SDS가 수주한 ABL생명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전환 사업 역시 넓은 의미의 IT아웃소싱 사업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산업은행 역시 향후 클라우드 등 새로운 방식의 IT아웃소싱 등을 위한 유연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삼성SDS로선 보험과 은행권에서 차세대 아웃소싱의 방향성을 주도하게 될 사업을 따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SDS가 이후 금융 IT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둘지도 주목된다. 하반기에는 금융권 최대 관심 사업 중 하나인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이 발주될 예정이다. 삼성SDS는 2006년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주사업자로 선정돼 사업을 수행한 바 있으며 이후 공공 및 금융시장 철수 이전까지 SK C&C와 번갈아 가며 IT아웃소싱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KB금융그룹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의 IT아웃소싱 및 향후 전개될 여지가 남아있는 시스템 통합 사업도 주목된다. KB금융은 오는 9월 중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푸르덴셜생명 편입 후에도 KB생명과 합병하지 않고 독자 회사로 존속시킬 계획이지만 변수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은 2010년 삼성SDS와 250억원 규모의 IT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LG CNS가 사업을 수행했으며 현재 아시아나IDT가 푸르덴셜생명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사업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장 복귀를 선언한지 채 2년이 안된 시점에 대형 사업, 특히 과거 고객들을 다시 찾아오고 있다는 것은 삼성SDS에도 의미가 있지만 IT서비스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거 삼성SDS가 시장을 떠나고 재편된 업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시장이 삼성SDS, LG CNS, SK(주)C&C 등 빅3체제의 경쟁구도에 아직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대형 업체에 대한 업계의 무한한(?) 신뢰가 아직까지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결국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이 시장을 확장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도 있어 IT서비스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집중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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