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제21대 국회에서 180석 의석을 확보하게 된 더불어민주당이 1호 공약인 ‘전국 공공와이파이 확대’를 추진한다. 내달 30일부터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됨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도 구축 작업을 위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다만 공공와이파이의 실효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3년간 578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통신사들도 난색이다. 정부와 당은 공공서비스와 통신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사업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2022년까지 전국에 총 5만3000개 공공와이파이를 확대 설치하는 내용의 개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여당이 180석 의석을 달성한 만큼 1호공약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산은 2020년 480억원, 2021년 2600억원, 2022년 2700억원 등 총 578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올해에는 학교와 시내버스 및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1만7000개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한다. 이어 2022년까지 전국 마을버스를 비롯해 버스정류장·터미널·철도역 등 교통시설과 문화체육관광시설 등에 3만6000개를 추가한다. 보건소·장애인시설·지역아동센터 등 취약계층 지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공공와이파이 통합관리체계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공공와이파이 확대 공약은 이 통합관리체계 안에서 추진하게 된다.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안전기획과 관계자는 “현재 공공와이파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실태조사에 들어간 단계”라면서 “연말까지 신규 구축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약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5G 상용화 이후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비중은 5G 가입자가 80%, LTE 가입자가 30% 수준이다. 업계는 또한 5만3000개 와이파이를 추가하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체 트래픽(58만4027TB) 가운데 와이파이 트래픽은 1.9% 비중에 불과하다. 이는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설치한 와이파이를 제외하고 공공와이파이가 대부분인 통신사업자 망 와이파이를 기준으로 한다. 반면 LTE와 5G로 인한 트래픽은 전체의 98%에 달한다.
통신사업자들의 비용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민간에 ‘비용 떠넘기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신사들은 대규모 5G 투자가 누적된 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변수를 맞은 상황이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와이파이 구축 과정에서 민주당 추산 예산을 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당은 통신사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약을 주도한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배정된 480억원 예산은 기존에 해왔던 대로 정부와 통신사 부담이 5대5 비율이며 다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정부 부담을 더 늘릴 계획”이라며 “추후 유지보수 비용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지 않고 계획된 정부 예산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정부 부담을 최소 8대2에서 9대1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측은 “기존 정부와 사업자 간의 5대5 매칭 범위를 훨씬 넘는 지원을 하도록 할 것이므로 비용 부담은 대폭 경감될 것”이라며 “사업자들의 수익성 저하 우려는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데이터 이용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공공와이파이 지대가 늘어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방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인 만큼 정부와 사업자 간 비용 균형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