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인터넷트래픽 관리 총력전에 돌입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과 원격근무·교육이 늘면서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이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관리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착실히 구축해온 유선 인프라 덕분이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인터넷트래픽은 1월과 비교해 약 13%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 등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 아직은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이 보유한 전체 트래픽 용량의 45~60%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상황이 좀 더 긴박하다. ‘트래픽 하마’로 지목된 넷플릭스는 유럽연합(EU) 권고에 따라 유럽 내 비트레이트(초당화면전송률)를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트래픽의 25%를 줄이고 있다. 유튜브와 디즈니플러스, 애플과 페이스북 등도 트래픽 관리에 나섰다.
한국의 경우 전국에 촘촘히 구축된 유선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트래픽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가장 많은 유선 인프라를 보유한 KT는 전국의 광선로 84만8497㎞, 동선로 32만7262㎞를 운용하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감시시스템도 전국에 깔려 있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9%가 이뤄지는 해저케이블은 KT가 총 용량의 13%를 관제하고 있다. 현재 해저케이블은 태평양 지역을 횡단하는 NCP(New Cross Pacific)와 아시아 9개국을 연결하는 APG(Asia Pacific Gateway)로 137.6Tbps에 달하는 전송 용량이 운용된다.
KT는 “광가입자망의 비중이 약 59% 정도로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가 비슷한 광가입자망(FTTH) 방식은 그렇지 않은 광·동축케이블 혼용(HFC) 방식보다 업로드 속도가 8배 빠른 장점이 있다.
현재 KT가 운용 및 관리하는 전국의 외부 통신시설(OSP)은 통신구 통신구 230개(286km), 통신주 469만개, 맨홀 79만개 등이다. 외부 통신시설은 기지국이나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KT는 5G·AI 기반 차세대 OSP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해외망 증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차례, 올해 들어서만 4차례 해외 망을 증설했다. 한국과 일본 구간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이 폭증하면서 이달에도 추가 증설을 계획했다.
회사는 현재 아시아 9개국을 연결하는 1만500km 길이의 국제해저케이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36만명이 동시에 UHD 화질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9Tbps급 용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페이스북과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 글로벌 9개사가 함께한다. 내년부터 서비스될 예정이다.
또한 국내 통신사들은 전국 온라인교육 관련 인프라 지원도 하고 있다. KT는 전국 12개 교육청 및 초중고 7740개교에 인터넷 무상 증속을, SK브로드밴드는 한국교육방송(EBS) CDN 용량 증설을 결정했다. LG유플러스도 초중고·대학에 원격수업 솔루션을 무상 제공한다.
업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환경과 유선 인프라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과 별개로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오는 2022년 전체 인구의 60%인 48억명을 돌파, 한국만 해도 국내 인구의 98%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월평균 트래픽은 2년 후 396엑사바이트(EB)에 달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트래픽이 전체의 82%를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터넷트래픽이 확증한 것은 세계 공통 현상이지만 OTT 화질 저하 등 이슈가 있는 유럽과 달리 국내는 안정적”이라며 “자체적으로 통신 구간별 네트워크 용량을 늘리고 실시간 모니터링과 비상조치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