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배달의민족(배민) 사태가 일단락됐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4월부터 주문 건당 5.8%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 뒤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반발에 부딪혔고 정치권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우아한형제들이 두 차례에 걸쳐 사과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내고 수수료 체계를 백지화하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배민의 잘못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가 나왔지만, 딱히 시원한 답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총선 시즌인 왜 지금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느냐’ 정도다. 배민이 몇 년간 쌓아 올린 ‘민족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뿌리째 흔들릴 정도의 지분 통매각이 이번 사태의 원죄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수수료 체계 도입만 보면 기업의 입장에선 배민을 이해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감지된다.
주문 건당 수수료 체계 이전의 ‘울트라콜(8만8000원 월정액)’ 모델은 수차례 지적을 받았다. 자금력 있는 업주들이 수십개씩 울트라콜을 결제하고 인근 지역 주문까지 발을 넓히면서 일부 업주에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배민 입장에선 이 같은 불만을 무마하면서 적자탈출을 위한 방법으로 주문 건당 수수료를 매기는 방법이 최선이었으리라 본다.
몇몇 언론에서 ‘수수료 폭탄’을 맞게 된 일부 업주 예시를 들었지만, 이미 맛집으로 유명하거나 해당 지역에 경쟁이 없다시피 한 희귀 사례라는 지적도 있다. 배민 주문만으로 수천만원의 월 매출을 올리는 업주들이 울트라콜을 3개 쓴다는 곳은 굳이 온라인 홍보·마케팅이 없어도 장사가 잘되는 업소다. 이 경우 주문 건당 수수료 체계로 돌리면 기존 대비 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 사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를 보면 우아한형제들은 이렇다 할 해명도 하지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여론재판에서 이미 ‘시장지배적 갑질 플랫폼’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배민 사태는 이전처럼 ‘플랫폼 사업자=갑’, ‘입점 업주=을’이라는 단편화된 프레임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일상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돼 사과문의 표현대로 배민과 업주들은 ‘운명공동체’ 정도의 관계가 됐다. 이제는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앞으로 업주들과 협의체 구성을 통해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각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대겠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배민 플랫폼의 진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용자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배민-업주-이용자’ 협의체는 어떨까.
정부와 지자체들도 공공 배달앱 개발보다는 다른 지원책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대형 인터넷쇼핑몰 간 경쟁에서도 쿠폰 하나에 이용자들이 이리저리 몰려가곤 하는데, 배달 앱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배민의 마케팅 공세 한 번에 이용자 기반이 취약한 공공 배달앱들은 휘청일 수 있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도태되는 것이 맞다. 이후 공중 분해된 혈세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는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 등의 사업자들이 외식과 배달 산업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어엿한 온라인 산업으로 육성한 것을 인정하되 시장 감시 기능을 더해 업주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용자들의 목소리 반영도 빠져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