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예고한 주문건당 5.8% 수수료를 매기는 오픈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반발을 불러왔는데요.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연합회 주장의 요지입니다.
이번 사태는 총선 시즌과 겹치면서 ‘공공 배달앱 공약’의 남발을 불러왔습니다. 개발하겠다, 개발을 검토하겠다 등 공약이 나온 지자체나 지역구가 대략 10군데로 파악됩니다. 당장 시장에선 ‘혈세 낭비’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주들이 배민을 애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수많은 충성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홍보·마케팅 효과 때문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불만을 풀어서 설명하면 ‘배민이 제공하는 마케팅 효과는 계속 누리고 싶지만, 주문건당 5.8% 수수료는 과도하다’는 것인데요.
우후죽순 등장할 공공 배달앱이 이 같은 불만을 상쇄하면서 배민의 대안이 될까요. 공공앱은 배민 대비 마케팅 효과가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수료가 낮거나 무료이더라도 플랫폼 내 이용자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대다수 업주들은 돈을 들이더라도 주문을 받을 수 있고 마케팅 효과가 좋은 플랫폼으로 쏠릴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공짜로 강력한 마케팅이 가능한 플랫폼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자체나 지역구가 어느 정도 홍보·마케팅이 가능한 공공앱을 만들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예산을 배정하고 열심히 모객에 나서면 됩니다.
그러나 공공앱의 예산은 한정돼 있고 플랫폼 담당자는 수시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업주 또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받아낼 고객센터가 제대로 가동될지도 의문인데요. 과연 민간 사업자처럼 수시로 의견 수렴을 통해 플랫폼 정책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을까요.
이미 배민이라는 좋은 플랫폼이 있습니다. 공공앱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미 커버릴 대로 커버린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모객이 되지 않는다면 앱 운영에 비용을 쏟더라도 밑 빠진 독이 물 붓기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는데요. 혈세 낭비가 불 보듯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지자체나 지역구가 직접 경쟁에 참가하기보다 ‘시장 감시’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업주들이 입점할 공공앱이지만 이용자들의 의견을 귀 기울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플랫폼의 흥망을 결정짓는 존재는 업주가 아니라 결국 이용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