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혹자는 매일 쌓이는 재난 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같은 동네 확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주의 깊게 본다.
하지만 휴대전화 이용자 가운데 2G 및 일부 3G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은 재난 알림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통상 단말기 자체의 한계에 따른 것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국구 재난 시 이러한 통신 소외층을 위한 정부와 업계의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2G 서비스 가입자는 99만837명이다. 2G와 3G 이용자를 포함하면 지난해 5월 기준 실제 사용 중인 휴대전화 가운데 긴급재난 문자 수신이 불가능한 숫자는 205만9000명에 이른다.
재난 문자를 못 받는 이유는 대부분 단말의 기술적 한계다. 2G 단말은 긴급재난문자 수신 기능인 CBS(Cell Broadcasting Service)가 도입된 2005년 이전에 출시돼 해당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과도한 배터리 소모 문제 등으로 CBS가 제외된 일부 3G·LTE폰도 마찬가지다. 2013년 이후에는 법 개정을 통해 모든 단말기에 CBS 탑재가 의무화됐다.
재난 문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문자 메시지 형식으로 전송되지만 실제로는 ‘방송’ 형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통신사 기지국으로 커버리지 내 다수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는 방법이다. 서버를 통해 순차 전송하는 SMS나 MMS 형태는 이런 동시 발송이 어렵다. CBS 기반 재난 문자는 통신사가 정부와의 협정을 통해 무료로 송출해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기정통부와 통신사들은 재난 문자 수신에서 소외된 이용자의 경우 현재로서 단말 교체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2018년부터 긴급재난문자 수신 불가 2G폰 교체를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36만여명에 이르는 숫자가 남아 있다. 2G 서비스를 고집하는 잔존가입자들에게 무작정 교체를 강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몇 가지 부가적인 대안이 있긴 하다. 재난 문자 공백을 메우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배포한 ‘안전디딤돌’ 앱이 대표적이다. 앱 스토어에서 내려받고 수신지역을 설정하면 해당 지역의 각종 재난 정보를 긴급문자처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3G·LTE가 아닌 대부분의 2G 이용자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CBS 기반 긴급재난문자 대신 비용을 들여 SMS, MMS 형태로 재난 알림을 해주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지자체별 재원과 통신사업자와의 협상을 고려해야겠지만, 비용 문제보다도 1분 1초를 다투는 재난 알림을 ‘동시 발송’할 수 없다는 것이 난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 문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도 뾰족한 수는 없다”면서 “과기정통부의 경우 통신사업자와는 단말기 교체 작업을, 유료방송사업자에는 재난방송 편성을 최대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요청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들이 직접 단말기를 교체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경우 2G 서비스 조기 종료에 힘쓰고 있다. 2G 장비가 노후화되고 부품 소진까지 앞둔 데다 실제 재난 문자 수신 불가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현재 과기정통부가 이용자 보호 및 잔존가입자 현황을 고려해 종료 승인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SK텔레콤이 당초 계획한 종료 시점인 지난해 연말은 훌쩍 넘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