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SK텔레콤이 2G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지 21일로 만 1년째다. 원래 계획한 종료 시점은 지난해 연말이었으나 기한은 벌써 두 달 가까이 연기됐다.
SK텔레콤의 2G 서비스는 올해로 24년째다. 대부분 장비가 노후화됐고 부품은 소진을 앞두고 있다. 통신 장애가 발생해도 복구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대형 재난에 노출될 수 있는 불안한 외줄 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서비스 종료가 시급한 이유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G 교환기 고장 건수는 매해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05건, 2018년 158건으로 약 50%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21건 고장을 기록해 다시 최고치가 예상된다.
기지국과 중계기는 고장이 훨씬 더 잦다. 2017년 1만8583건에서 2018년 2만3141건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고, 작년에는 1~6월에만 1만5582건 고장이 나타났다. 하반기까지 고려하면 고장 건수 증가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짐작된다.
SK텔레콤은 1995년부터 삼성과 에릭슨엘지의 2G 장비(CDMA)를 도입해왔으나 이미 노후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다. 장비업체들 역시 3G(WCDMA) 전환 시기인 2005년 무렵 SK텔레콤에 공급하던 2G 장비 생산을 단종시켰다. 현재는 미리 확보했던 예비 장비로만 근근이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G 이용자 대부분이 구형 단말을 사용하고 있어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한 점도 염려 대상이다. 2G 단말기는 2014년 삼성 ‘마스터듀얼’을 마지막으로 출시가 중단됐다.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때 받지 못한 이용자들의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 경우엔 책임 소지도 불분명하다.
2G 주파수와 01X 번호자원의 낭비는 또 다른 문제다. 작년 8월 기준 2G 가입자 중 실사용 회선은 전체 통신회선의 0.9%에 불과하다. 약 28만 건은 3개월간 사용 이력이 없다. 나머지도 통신사들이 기지국 관제를 위해 쓰는 회선들이 대부분이다. 한정된 공공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21일 2G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그해 11월 과기정통부에 서비스 종료 신청서를 제출했다. 승인 심사를 맡은 과기정통부는 현재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실사가 끝나면 자문위원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다만 2G 서비스 종료 시점이나 심사기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이용자 보호 계획과 잔존가입자 현황 등을 종합 고려해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1년 일찌감치 2G 서비스를 종료한 KT의 선례를 보면 잔존가입자가 전체의 1% 미만이어야 하지만 이번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G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 하는 기존 이용자들의 반발이 관건이다.
지난해 12월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G 회선 이용자는 아직도 44만2141명에 이른다. 이전 6개월간 감소세가 주춤하면서 줄곧 50~6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겨우 40만명대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용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감소 폭은 점점 줄어들어 정체 지점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