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4차 산업 혁신의 대표적인 걸림돌 중 하나가 ‘규제편의주의’, ‘규제만능주의’다. 새로운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에 앞서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 위법성 제제를 가하고 규제부터 적용하고 본다는 것이다. 게임도 포털도 핀테크도 승차공유도 모두 규제편의주의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2019 스타트업코리아 정책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스타트업에 국내 규제를 적용할 경우 26%가 불법에 해당된다. 27%는 제한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2017년 조사 당시엔 100대 스타트업 중 70%가 국내 사업에 제약이 있을 것이란 조사에 비해 나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중국 정부가 조선족을 동원해 댓글로 국내 여론을 조작 중이라는 일명 ‘차이나 게이트’ 의혹이 불거졌다.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면 근거가 없거나 대단히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지난 그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사례를 엮고 이것이 와전이 되면서 음모론이 만들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트래픽 비중이 2019년 한해 월 평균 0.1%라는 점 등을 들어 차이나 게이트를 정면 부인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규제 법안이 등장했다. 김성태 의원(미래통합당)이 ‘SNS 국외접속 표시제’를 내세웠다. 업계는 댓글에 국외 접속을 표시하도록 규제하는 국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음모론 수준의 여론이 불거지자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에 최초로 선을 긋겠다는 규제가 나왔다.
업계에선 댓글 서비스를 유지 중인 사업자 부담이나 국외 사업자 적용 유무, 사설보안망(VPN)으로 국적 우회 사례가 많아질 시 또 다른 규제가 나올지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국회에선 댓글과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 조작을 막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른바 ‘매크로(자동화프로그램) 금지법’이다. 이 규제도 한국이 세계 최초 사례에 오를만한 사안이다. 이용자들의 조작 행위에 대한 통제 의무를 사업자에게 부담시키고 사적 검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외엔 댓글 조작 관련한 규제가 없다. 왜 그럴까. 한 전문가는 ‘여론 조작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제시했다. 서구민주주의 사회에선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하고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민주적인 질서의 발전으로 보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또 규제가 나왔다.
이쯤 되면 국회가 규제에 중독되지 않았나 싶다. 국회 행보를 되짚어본다면 규제중독법 발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업 규제는 이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포털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규제로 사회정의가 구현된다는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