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에 애플의 유통정책을 도입했다. 애플은 신제품을 출시하면 전작 가격을 낮춰 중저가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취한다. 애플은 이 방식으로 비용 축소 수익 극대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20’ 시리즈 출시에 맞춰 ‘갤럭시S10’ 시리즈 가격을 내린다. 일단 미국을 시험 무대로 잡았다.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통신사와 관계가 애플과 다르다. 제품 전략도 애플처럼 일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0’을 개최했다. ▲갤럭시S20 시리즈 3종 ▲갤럭시Z플립 ▲갤럭시버즈플러스를 공개했다. 갤럭시S20 시리즈는 ▲갤럭시S20 ▲갤럭시S20플러스 ▲갤럭시S20울트라로 구성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을 발표했다. 갤럭시S10 시리즈 출고가를 내렸다. 변경한 가격은 ▲갤럭시S10e 599달러 ▲갤럭시S10 749달러 ▲갤럭시S10플러스 849달러다. 기존 대비 각각 150달러 내렸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출고가 인하를 세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격인하는 미국에 한정한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는 미국만”이라며 “한국 등 다른 국가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통신사와 관계 등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통신사 관계자도 “삼성전자와 갤럭시S10 시리즈 일괄 출고가 인하 등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전작의 출고가를 내리는 전략은 애플이 주로 쓰는 방식이다. 애플의 유통정책은 3단계다. 신제품을 발표하면 신제품은 고가 시장을 공략한다. 그때까지 고가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은 가격을 낮춘다. 중고가 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중고가 시장용으로 판매하던 제품은 중가 시장으로 내린다. 현재 기준 ▲아이폰11·11프로 ▲아이폰XR ▲아이폰8이 그렇다.
애플은 한 번 개발한 제품을 3년 이상 시장에 판매한다. 최소한의 제품군으로 전 세계 시장에 대응한다. ▲개발비 ▲생산비 ▲마케팅비 등을 줄인다. 애플의 높은 수익성의 바탕이다.
또 스마트폰 제조사 1차 고객은 대부분 통신사 등 유통이다. 애플을 제외한 제조사는 출고가를 내리려면 차액만큼 유통이 갖고 있는 물량에 대한 보상을 해야 했다. 출고가 인하보다 지원금 확대 등으로 재고를 소진했던 이유다. 애플은 다르다. 출고가 인하 차익을 애플이 아닌 유통망이 감당한다. 유통망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힘을 빌려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기존 제조사 판매 방식이다. 애플은 다르다. 애플 자체로도 고객이 단단하다. 통신사 등은 애플과 대립하는 것보다 애플의 고객을 끌어들이는 쪽에 섰다.
한 번 정한 가격과 유통 방식을 유지하는 것도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됐다. 실구매가 변동이 크지 않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지원금도 집행하지 않는다. 구입 시점에 따라 손해를 봤다는 인식이 생길 여지가 없다. 보상판매 등 고객 정책은 유지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조건을 공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애플처럼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갖고 있는 제조사도 없다”라며 “삼성전자 등에게는 없는 애플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시도가 삼성전자 유통 및 제품군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단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지속성이 없으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정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통신사 의존도가 높다. 계약 관행 등 고쳐야할 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출고가 및 제품군, 판매정책 일관성도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시장별 가격정책과 제품군, 판매정책을 수시로 변경해왔다. 예를 들어 국내 보상판매 ‘갤럭시클럽’은 2016년 도입 2년 만에 사라졌다. 운영기간 동안 방식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