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 정보기술 및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IM)부문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사진>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위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세계 점유율 1위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4분기 애플에 분기 선두를 내줬다. 수익성은 악화 일로다. 2019년 무선사업부를 포함한 IM부문 영업이익은 10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11일(현지시각)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개최 직후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노 사장을 무선사업부장으로 선임했다. 노 사장은 1968년생이다. 무선사업부 개발 및 상품전략 등을 경험했다. 그의 발탁으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방향 전환과 물갈이에 나섰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노 사장은 “목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위기를 실감하게 된다. 현재 상황 쉽지 않다는 것을 사업부 전체가 공감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과거 모바일 산업이 쉬웠던 적은 없다. 일반폰 때도, 스마트폰 시작할 때도 지금보다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 않았다”라며 “건전한 경쟁은 좋은 기회다. 다시 심기일전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11번째 갤럭시S ‘갤럭시S20’ 시리즈를 공개했다. 2번째 접는(foldable,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을 발표했다. 갤럭시S20 시리즈는 3월 갤럭시Z플립은 14일부터 전 세계 순차 시판한다. 상황은 좋지 않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때문이다. 생산과 판매 모두 영향권이다.
노 사장은 “생산은 공급망관리(SCM)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 어려움은 있다. 목표 수량에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큰 우려는 하지 않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체험 마케팅 대부분을 연기 또는 취소했다. 대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애플과 화웨이의 위협은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9년 연간 판매량 2위는 화웨이, 3위는 애플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화웨이는 미국의 재제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 경쟁력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깜짝 분기 선두를 차지했다. 고가 전략으로 스마트폰 업계 수익 대부분을 애플이 가져갔다.
노 사장은 “사업은 경쟁없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없다. 경쟁을 피하거나 두려워할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에겐 한계를 뛰어넘고 불가능에 도전하며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DNA가 있다. 사업부장 취임 첫해의 모토를 ‘성장’으로 정한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가폰 제조사개발생산(ODM)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나오는 얘기다. 특히 노 사장은 사내에서 대표적 ODM 확대론자로 꼽혔다. 노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이 된 후 최대 30%까지 ODM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문제는 삼성전자 수익성은 좋아질 수 있어도 협력사 매출과 수익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룹 수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동반성장을 강조해왔다는 점도 부담이다.
노 사장도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적은 없다. 저가 특정 분야 제품에 대해 활용한다는 것이다”라며 “유연하게 운영하겠다. 특정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면 거기에 제공하고 우리가 경쟁력이 있으면 우리가 더 생산할 것”이라고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한편 삼성전자 위기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의 부진도 주요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서 1%대 점유율도 차지하지 못했다. 인도는 2018년 선두를 내준 후 2019년 4분기 3위까지 하락했다. 중국에서도 인도에서도 중국 업체에게 밀렸다.
노 사장은 “중국 인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올해부터 점차 좋은 모습을 보여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화 모델 전략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다. ODM 제품도 이들 국가 위주로 공급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