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만약 5000만권의 책에서 ‘X’를 찾는 문제가 있다고 칩니다. 양자컴퓨터에서는 5000만명의 내가 복제돼 동시에 X를 찾을 수 있어요.”
30일 서울 광화문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 회사 최고기술임원(NTO)을 맡고 있는 신용녀 박사<사진>는 양자컴퓨팅를 이같이 비유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사의 전략을 공개했다.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은 양자 역학이라 불리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다. ‘얽힘’이나 ‘중첩’과 같은 양자 역학적인 현상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해 현존하는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난제를 해결할 수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두 가지 신호만을 이용해 연산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0이면서 동시에 1인 중첩된 정보를 처리한다.
때문에 최근 글로벌 IT업계에서 양자컴퓨팅은 미래를 이끌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IBM과 구글, 인텔은 물론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까지 뛰어들었다. 특히 IBM과 AWS은 양자컴퓨팅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필요한 만큼 빌려쓸 수 있도록 했다.
MS 역시 지난해 11월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이그나이트 2019’에서 양자컴퓨팅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서 제공하는 ‘애저 퀀텀’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프리뷰 형태로만 제공 중이다.
신 박사는 “MS는 이미 지난 2004년 퀀텀 연구소인 ‘스테이션Q’ 설립했으며, 2017년에는 C언어나 파이썬에 익숙한 개발자들이 쉽게 퀀텀을 구현하도록 돕는 퀀텀 언어 ‘큐샵(Q#)’을 발표했다”며 “딘순히 큐빗(양자컴퓨팅 단위) 개수가 아니라, 큐빗 안정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특히 오픈 클라우드 에코시스템을 통해 양자컴퓨팅과 관련한 풀 스택을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라고 강조했다.
실제 MS는 2004년 미국 산타바바라를 시작으로 덴마크 링비 등을 포함한 전세계 8개의 연구소에서 양자 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다. 또, 2017년에 발표된 Q#을 포함한 퀀텀 개발 킷(QDK)을 깃허브를 통해 오픈소스로 제공한다. QDK는 이미 20만회 이상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발표한 ‘애저 퀀텀’을 통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툴, 솔루션 및 서비스, 애플리케이션까지 풀 스택으로 제공한다. 이를 위해 아이온큐와 허니웰, 원큐빗과 같은 파트너와 협력해 오픈 퀀텀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초전도체와 이온트랩과 같은 큐빗 구현기술을 모두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MS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대학 연구소와 대기업, 스타트업 등 50개가 넘는 기관과 글로벌 퀀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의료와 에너지 분야다.
현재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경우, MS의 퀀텀 알고리즘을 활용해 MRI 패턴인식 속도와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MS의 양자컴퓨팅와 머신러닝, 혼합현실과 같은 기술을 결합해 암종양 탐지 자기공명 지문기법을 기존보다 3배 빠르게 스캔하고, 질병의 주요 식별자 판단 정밀도를 30% 가량 높였다.
두바이 수전력청(DEWA)은 국가 차원의 전체 에너지 최적화를 위해 퀀텀 기반 솔루션을 개발중 있다. 실시간 변하는 수요 예측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다양한 에너지 자원과의 관계를 분석해 최적화하는데 양자컴퓨팅을 활용하고 있다.
신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의 컴퓨팅 역량으로 해결이 어려운 이슈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헬스케어와 암호화 알고리즘, 지구온난화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함께 퀀텀 컴퓨팅 생태계를 구축,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